황동현의 시선집중

황동현의 시선집중

07시 05분 보이는 라디오

참여하기

내게도 이런 추억이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시집을 일찍와 벌써 아이가 둘이랍니다.
그것도 사내아이로요..
그 동안 결혼하고 아이키우느라 바빴는데..
어느 날 갑자기 책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학교다닐 적에는 만화책과 하이틴 소설을 즐겨 읽었는데..
갑자기 그 기분을 느끼고 싶었나 봅니다.
그래서 가까운 책방에 가서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소설이었죠..
내용이 학교 짱과 시골에서 올라온 순수한 소녀와의 사랑이야기였죠..
사춘기 시절..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사랑이야기죠..
왜.. 겉보기에는 무섭고, 터프할 것 같지만,
내게 있어서만은 순진한 양이 되고, 왕자님이 되는 그런 상상속의 사랑이야기죠..
그 책을 읽고나니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슴 떨렸던 그 추억이 떠오릅니다.
제가 다니던 여고근처에는 남고도 두어개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학생들 심리가 멋진 남자가 한 명 있으면 단체로 짝사랑하는 게 있습니다. 일종의 군중심리죠..
저도 제 친구들과 함게 짝사랑하는 오빠가 있었습니다.
우연히 버스 안에서 그 오빠라도 마주치면 가슴이 떨렸고,
고개를 들 수도 없었습니다.
그 오빠는 소위 학교짱이었죠..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키도 컸고, 싸움도 잘했습니다.
얼굴에 부티가 흐르는게 부잣집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적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보잘 것 없지만 그 때는 왜이리 멋있던지요..?
그래서 친구들과 그 오빠 얼굴 한 번 보기 위해
괜히 그 오빠가 다니는 학교 근처를 어슬렁 어슬렁 거리기도 했고,
우리 집에는 가지도 않는데 그 오빠가 타는 버스를 타기도 했죠..
발렌타인데이면 사탕을 건네주기 위해 몇 날 몇 일 밤을 새서 만들었고,
행여 소풍날 같은 장소로 가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했었습니다.
소풍이야기 하니까 생각나는데요...
한 번은 놀이공원으로 소풍을 같이 간 적이 있었습니다.
소풍 때 소풍을 빌미삼아 말도 건네고, 연락처도 주고 받는 학생들이 많이 있잖아요.. 저도 그걸 기대했습니다.
사실 전 제가 생각하기에 누구에게 뒤쳐진 미모는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에...
그래서 전 예쁘게 보이기 위해 소풍가기 전날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예쁘게 다듬고, 무릎위로 한 뼘 정도 올라오는 청스커트도 샀습니다.
소풍 날 예쁘게 차려 입으면 행여 제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을까 해서요..
그래서 소풍 날 그 오빠 주위만 맴돌았는데..
끝내 제게 말 한마디 건네주지 않더군요..
그 오빠 주위에는 어찌나 꺅 꺅 대며 소리지르는 학생들이 많은지요..
인터넷 소설을 읽으니 학창시절 이런 추억이 있었던 게 떠오르네요..
지금은 이렇게 애를 둘이나 키우는 평범한 주부가 됐지만,
제게도 한 때는 이런 가슴떨리는 추억이 있었는데요...

박지현 : 광산구 우산동 송광A 1107호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