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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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05분 보이는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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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생일입니다. 축하해주세요.

안녕하세요. 김귀빈씨!
TV와 라디오를 통해 매일 뵙다가 이렇게 직접 사연을 올리게 되니 가슴이 설레고 흥분되는군요.

저는 나주 다시에서 광주까지 매일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입니다. 결혼 전에는 광주에 살다가 결혼해서 아내를 따라 이곳 시골마을에 정착한지 벌써 3년이 되어갑니다.

작년 말 퇴근길에 마주오는 버스와 정면충돌사고가 있은 후로 아내는 제가 출퇴근하는 동안 늘 가슴 조리며 저의 안전을 가장 걱정합니다. 그때 사고났던 차를 고쳐서 여지껏 타고 다녔는데 최근에 자꾸 차에 이상이 생기자 아내는 서슴없이 통장을 제게 내밀며 튼튼하고 좋은 차로 구입하라더군요.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변변한 편의시설 하나 없는 시골에 들어와 살면서 한 번도 불평을 늘어놓지 않던 아내에겐 큰 꿈이 있었습니다. 광주에 아파트 한 채 살 돈을 마련할 때까지는 절대 시골을 떠나지 않겠다는 거였습니다. 도시에서 살면 씀씀이가 헤퍼지고 남들 하는 것 다 따라하다 보면 돈을 빨리 못 모은다면서 말이죠.

그런 아내가 통장을 제게 내어주기까지 얼마나 큰 각오와 오랜 고민이 있었을지 감히 상상이 되고도 남습니다. 통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동안 아내가 빠듯한 살림을 잘도 꾸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내 지난 주말에 새차가 나왔고, 오늘 아침 새차를 타고 처음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는데 새차에 온통 관심과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아내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기 전까지 오늘이 아내의 생일(6월 7일)이라는 사실을 깜박 잊고 있었습니다.

저녁 퇴근시간에 아들 녀석과 함께 아파트 입구에서 저를 탄핵하는 촛불시위를 하겠다는 장난어린 글귀가 저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곧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버럭 화를 낼 것 같았던 아내가 감정을 절제하며 애써 태연한 척하며
"새차 타는데 흥을 깰까봐 이번만 그냥 넘어갈께. 항상 조심히 운전해"
하며, 새차를 탄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 말에 저는 목이 매어 아무 대답도 못했습니다.

두 살된 아들을 등에 업고 아파트 4층(엘리베이터가 없는 저층 아파트)을 매일 오르내리며 힘든 직장생활(병원 물리치료사) 때문에 몸에서 늘 파스냄새가 가시지 않는 가엽은 아내의 서른 번째 생일을 전 이렇게 그릇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라디오에 사연을 올릴 생각을 했고, 아내에게 색다른 생일선물을 안겨주고 싶어 이렇게 부족한 글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부디 제 아내의 얼굴이 케이크에 꽂아진 촛불처럼 환하게 밝아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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