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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여행: 보리깜둥이와 밀껌
모처럼 가족나들이를 하고 왔는데 정말 도시에서만 살다가 시골에 가보니까 온천지가 초록으로 물들여져 있고 또 여름곡식들은 누렇게 익을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겠더군요.
나주 부근에 가서 넓은 보리밭을 보니 어린시절이 한없이 그리워 지더군요.
꼭 이맘때였던가 봅니다.
30여호쯤 되는 작은 마을의 사내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학교를 오고가고 했지요.
시골이 다 그러하듯 특별히 먹을게 없었던지라..보리밭으로 몰려가서는 아직 푸릇푸릇한 보리 한 줌 꺽어 불을 지피곤 했지요.
매운연기에 눈물 훔치며 후후~ 불다보면 어느새 노릇노릇 군침도는 보리알맹이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거무스름한 보리이삭을 뚝 잘라 손바닥에 놓고 쓱쓱 비비는 겁니다.
한참을 비비고 껍질 날려보내느라 후후~불고 하다보면-
우리들 얼굴이며 코밑, 입 언저리는 검둥칠이 되어있기 일쑤였답니다.
얼만큼 배를 불린 우리 귀염둥이 악동들은 보리밭을 가로질러, 책보자기를 베개삼아 보리밭에 누워서 보리피리를 불면서 놀곤했습니다.
그러다가 보리밭이 지치면 밀밭으로 건너갔지요.
능숙한 솜씨로 밀이삭 두어개 손으로 잡아채서 쓱쓱 비비면..
까칠한 껍질속에서 부드러운 알맹이가 슬며시 나온답니다.
검둥칠한 악동들은 한입에 털어넣고 껌 씹듯 오물오물..
옆의 개울가에 내려가 씹던 밀껌을 흐르는 물에 헹구워 다시 씹기를 여러번-
그러면 쫄깃한 껌이 되는 겁니다.
검둥이 악동들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밀껌을 씹으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지요.
지금 제가 다니던 그 길엔 걸어다니는 아이들이 없습니다.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며 설령 걸어다닌다해도 보리를 구워 먹는 대신 아이스크림을 물고 다니겠지요.
이젠 아이들 데리고 시골풍경을 자주 견학 해야겠습니다.
내 어릴적 추억도 들려주며 함께 깜둥이도 되어보고 싶군요.
광주시 남구 일곡동 롯데아파트 107동 12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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