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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가던날....
온 들판이 초록 빛으로 물들이고, 꽃들이 흐느려 지게 필 때면
학생들은 봄 소풍을 갑니다.
저가 초등학교를 다닐때에도 일년에 두 번 봄, 가을 소풍을 갔습니다.
이맘때쯤이면 학교마다 봄소풍에~
우리들은 며칠전부터 조막만한 손가락 꼽아가며 얼마나 가슴 설레는지 모릅니다.
저 어릴때나 지금이나 소풍 가는 것을 똑 같지만,
요즘 아이들하고는 많이도 달랐습니다.
그날 만큼은 맛있는 것을 먹을수 있다는 기대감과 어머니가 소풍가는 날에는 하얀 부라우스에 메빵이 달린 검정치마, 팬티 달린 하얀 스타킹에 운동화를 사 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정성스레 만들어 주시는 밀가루에 소다 넣고 쪄 주시는 누르스럼하게 생긴 네모난 개떡(찐빵)도 그날 만큼은 마음껏 먹을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병에 든 사이다 한 병, 집에서 길은 삶은 달걀 두 세개, 네모난 노란 양은 도시락에 하얀 쌀밥 가득 담고서 작은 반찬통에는 오징어포 묻혀 넣어 주셨지요. 얼마나 맛있고 좋았던지 소풍가기도 전에 교실안에서 몇 숫가락 몰래 떠 먹기도 했지요.
아버지 쌈지 지갑에서 주신돈으로 학교 앞 삼구 점빵(구멍가게)에서 과자 두세 봉지. 눈깔사탕, 길게 늘어진 풍선도 그날만큼은 저 마음대로 살수 있었습니다. 보자기에 싸서 나설때면 입꼬리는 싱글 벙글 귀에 걸려있고 발걸음은 날아가는 참새도 부럽지가 않았습니다. 두 명씩 짝을 맞춰 신작로 도로가를 흙먼지 풀 풀 마시면서 옹알 쫑알 재잘 거리면, 선생님께서 흙 먼지 입에 다 들어가겠다는 말씀에도 뭐가 그리도 좋았던지 키득 키득 웃고 떠 덜었던 우리들이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얼음과자 아저씨와 솜사탕을 파는 아줌마, 그리고 장난감을 파는 상인들은 언제 와 있었는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섬진강 모래 백사장 봄 아지랑이와 함께 수건돌리기도 재미있었습니다. 술래에 잡힌 친구는 벌칙으로 노래 부르기 아니면 엉덩이로 자기 이름자를 썼습니다. 그날도 장난기 많은 개구쟁이 남학생이 붙잡혔습니다. 벌칙으로 노래 부르라고 하니까 가사를 몰라 우더커니 고개 푹 숙이고 서 있었어요. 선생님께서 벌칙을 받았으니 엉덩이로 이름이라도 써라고 했습니다. 남자 친구는 엉덩이를 쭉 내밀고 이름을 잘 써나가는가 싶었는데 가운데 이름자에서 그만 엉덩이가 찢어져 버렸어요. 황당한 남자 친구 얼굴은 홍당무가 되어서 어쩔줄 몰라 했고, 그 모습에 우리들은 모두다 배꼽을 잡고 얼마나 웃었던지 모른답니다.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지금도 웃음이 나오네요. ^^*
다음에는 보물찾기가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점심 먹고 있는 사이 선생님은 몰래 풀잎사이에 아님 나무 가지 위에 아주 작게 접힌 종이를 숨겨 놓았습니다. 쪽지를 펴서 보면 선물이 적혀 있었어요. 선물은 보통 연필이나 지우개였습니다. 가끔은 꽝도 들었지만, 보물을 잘 찾는 아이는 두 개 세개씩 찾아 친한 친구에게도 주었지요. 보물 찾아 집에 돌아오면 큰 상이라도 받은 것처럼 자랑을 할때면, 어머니께서도 내 새끼가 상을 탔다고 좋아 했습니다. 형제 중 누가 소풍 갔다오는 날에는 과자 남겨 왔을까봐 하루종일 목 길게 빼고 기다렸던 추억이 새롭습니다...^^*
내일 소풍간다고 둘째 아들이 김밥만 싸달라고 하네요. 다른것들은 들고 다니면 짐이 된다냐 어쩐다냐 하면서 용돈이나 많이 달라고 하는 소리에 저 입가에는 빙긋이 웃음을 머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광주 광산구 우산동 제잎 파크 102동 603호
장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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