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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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오는날 울려퍼지는 G선상의 아리아


이제는 겨울의 모습이 사라질때도 되었는데 솜사탕같은 눈송이가 계속내리고 있네요.
이렇게 눈이 오니까 제가 사춘기때부터 즐겨 찾아가던 이모댁이 생각나네요.
이모님댁은 제마음의 고향이기도 하답니다.

그곳은 사계절의 색감을 감히 표현할수 없을만큼 소박하고 정적인 수채화 같은 동네였어요.
제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히고 알수없는 무언가를 사색하게하던 풍경도 풍경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바이올린 선율로 듣는일이
더없이 좋아 자주 갔었답니다.

눈이 엄청 내리던 어느 겨울날 ,
가파른 언덕길을 뒤로 자꾸 미끄러지고
누군가가 연탄재를 뿌려주어
겨우겨우 올라가는데 그만 발목을 삐었답니다.
아픈 다리를 억지로 참아가며
이모댁에 도착했을땐 제가 듣고싶던
가녀린 바이올린의 선율이 눈과함께 서있던 제마음을 사로잡았답니다.
마루에서 켜는 바이올린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종 사촌언니를 따라 다니던
음대생 이었는데 사실 저는 그 오빠의 바이올린켜는 모습과 선율이 듣고싶어
더 자주 이모댁엘 갔었던것 같아요.

그오빠는 제가 다리를 다친걸보고는 얼음찜질을 하라고 하더니
듣고싶은 음악이 있으면 말해보라는 거였어요.
저는 갑작 생각이 않나 머뭇거리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신청했어요.
제가 G선상의 아리아를 알아서 신청한게 아니라 다만 바이올린 하면 생각나는게 그거밖에 없었거든요.
난생 처음 제가 신청한곡을 바이올린선율로 들었었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빨리 가려다 다친걸 그오빠가 눈치채고
음악을 들려 주었던것 같아요.
아 지금도 눈오는날만 디면 그 선율이 귓가에 맴도는데 오늘도 눈이 오니 떠오르네요. 그 오빠는 사촌 형부가 아닌 기억속의 오빠로만 남아 있답니다.
남구 진월동 대주2차 아파트 201동 7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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