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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에 대한 추억
자장면이 물리면 어른이 된다고 했는데 저는 지금 40대가 되어서도 자장면이 물리지가 않으니 아직 어른이 안된걸까요?
지금도 외식하면 자장면이거든요.
그런데 지금도 자장면을 먹다보면 20여년전의 자장면과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그날은 저에 고등학교 졸업식날이었습니다.
어려운 시골살림에 딸자식을 고등학교까지 보내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으셨을텐데 그래도 공부를 곧잘 했던 저는 3년내내 장학금을 받아 아버지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리려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길밖에 없었지요.
항시 무뚝뚝하고 애정표현이 없으셨던 아버지께서도 성적표를 받아 오는 날이면 흐뭇해 하시는 미소띤 얼굴에 앞으로도 떨어지지 말고 장학금은 받도록 혀라~ 한말씀 하시던 아버지께서 밖에 나가시면 곧잘 제 자랑을 하시곤 하셨다고 하더군요.
졸업식날도 우등상을 비롯해 여러개의 상장을 받는다고 말씀드렸더니 "니 엄마나 가면되지~ 나까지 뭣하러 가냐~" 하시는 아버지가 너무 서운하고 아버지는 내가 상 받는 것도 좋아하지 않나보다" 하는 생각까지 들었지요.
그런데 상장을 받고 돌아서서 인사를 하는데 맨 뒷쪽에서 박수를 열심히 치시며 환하게 웃고 계시는 아버지를 발견하고 제 어깨가 으쓱 올라가며 속으로 "아버지도 좋으시죠?"
그 동안 6남매 학교 보내며 학교행사에 처음으로 참여하신 아버지께서는 당신 양복 한 벌도 없이 초라하신 잠바차림이셨지만 그 어떤 부모님보다 당당하신 모습이셨습니다.
졸업식이 끝나고 사진사 양반한테 정말이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 아버지와 사진도 한방 박고 게다가 자장면까지 사주신다고 읍내 중국집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보니 바로 옆자리에 우리반 친구들 대여섯 명이 자장면을 먹고 있더군요.
"어~ 반장도 왔네" 너는 상 많이 타서 좋겠다~" 하면서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자 너희들도 자장면 먹으러 왔냐~?" 우리 딸하고 같은 반인가본데 니들 자장면값 내가 내마~" 하시는 겁니다.
아니 자장면 대여섯그릇 값이 얼마인데... 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는데 제것과 엄마 자장면만 시키시고 아버지께서는 아침 드신 것이 속이 좋지 않다고 어여 먹고 나오라고 하시며 친구들 자장면 값까지 계산하시고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날 속이 좋지 않으신 것이 아니고 기분이 너무 좋으셔서 사진찍고 친구들 자장면 값까지 내느라 가지고 오신 돈이 아버지 자장면 값이 모자라서 그러신 줄도 모르고 저는 맛있게 자장면 한 그룻 다 먹고 엄마도 속이 좋지 않다고 제게 덜어주시는 것까지 더 먹었지요.
지금이야 자장면이 흔하디 흔하고 값싼 음식에 불과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자장면 한번 먹는다는 것이 큰 호강이라 생각했고 비싼 음식이었는데 친구들 것까지 사주시며 당신은 드시지도 못한 자장면을 아니 자장면보다 더 좋고 맛난 음식 많이 사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달 되지 않아 갑자기 돌아가시게 된 아버지!!!!
졸업식날 자장면 한 그릇 드시지도 못하고 제 손으로 자장면 한 그릇 사드리지는 못했어도
그후로 자장면을 먹을 때면 그때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이 떠오릅니다.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씀이 아마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광주시 북구 일곡동 롯데아파트 104동 905호 장 은 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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