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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7주년에 부칩니다.
중심잃은 바람이 마지막 남은 이파리마저도 가져가려는듯
목적없이 불어대던 그 11월...
그런 11월에 따스운 햇살이 나뭇가지 위로 쏟아지고
우리를 알고 계신 모든 지인들이 새출발을 축하해 주었던 날,
11월 23일, 어느새 17년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린 그 11월을 의미있는 우리들의 달로 채웠고
참으로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건강하고 씩씩하며 정갈하게 크는 우리 큰아이,
말수 없지만 속정이 깊고 향기롭게 크는 우리 작은 아이,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기에
오는 11월 23일을 기쁨과 안도로 맞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세월...
분명 힘들고 지친 날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우리 두사람 첫 발자욱을 떼었던 그날을 생각하며
다시 추스리고 일어나 두손 맞잡았습니다.
싸운날도 참으로 많았고, 서로 다른 이견차로 힘든 상황까지
가기도 했었던 지난날...
이제 그 세월의 두께만큼 서로에 익숙해지고 웃을 수 있습니다.
우리 두사람, 앞으로 보낼 시간이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지나온 우리들 과거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시간들이
훨씬 중요하기에 힘들었던 그 상황들은 이제 접어 보내고
같은 곳을 같은 눈으로 바라보며 그리 지내고 싶습니다.
어젯밤 잠결에 나를 가만히 불러보시던 당신...
왜요? 하는 내 물음에 그냥 좋아서...그리 답하시던 당신,
그 짧은 대답에 감사의 말과 사랑의 말과 기쁨의 말이
담겨 있음을 이내 알아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신 이문세의 행복한 사람 노래를
다시한번 듣고 싶습니다.
난 참 행복한 당신의 아내이니까요
결혼을 자축하려 합니다.
남편이 자주 부르던 노래 이문세 '행복한 사람' 들려주실수 있으시면
11월 23일 들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라디오 볼륨 크게 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촛불 켜두고서...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현대삼환아파트 101동 1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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