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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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추억사연 - 유치원 시절의 아련한 첫 사랑

왠지 옆구리가 시린 가을입니다.
하지만 첫 사랑의 추억을 생각하니 따뜻한 기분이 드는군요..
그러니까 제가 7살 때 유치원 다니던 시절입니다.
제가 다니는 유치원은 그림도 함께 배우는 그런 유치원이었는데요..
5,6살 어린이들이 다니는 병아리반과 7살 어린이들이 다니는 나비반이 있었습니다.
전 당연히 나비반이었죠..
저랑 같이 나비반에 다니던 아이 중에 모모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사실 이름이 모모가 아니었겠죠..?
그 아이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성이 모씨였던 거 같아요..
아주 드문 성이죠..
그래서 친구들이 모모라고 별명을 붙여준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엔 늘 그렇듯이 늘 모모는 저를 건들었습니다.
제가 그 때 파마를 했는데, 머리 폭탄 맞았다고 놀리고,
또 요쿠르트 먹으면 어렸을 때는 정석으로 앞에서 부터 먹는게 아니라
뒤를 조금 깨물어가지고 쪽쪽 빨아먹잖아요..?
그런데 잘못트면 엄청 크게 터집니다.
그럼 또 잘못텄다고 놀리더군요...
전 정말 저를 놀리는 모모가 싫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술을 가르치는 저희 유치원에서
미술대회가 있었습니다.
어디 공원엘 가서 자연 풍경을 그리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이 대공원이었던거 같아요..
그 공원에서 그림을 그리는데 사실 전 미술에 소질이 없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보기에 모모는 미술을 잘했죠..
제가 그 때 그린 그림은 나무에 참새가 앉아 있는 풍경이었는데,
참샌지 그냥 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나무랑 참새 크기가 똑같았습니다.
이런 제 그림을 모모는 보더니 또 놀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놀려 대던지 급기야 전 울고 말았죠...
그리곤 그 어린나이에 성질은 있었는지 제가 그린 그림에 낙서를 해 버렸습니다. 아예 그림을 망쳐 버렸습니다.
이런 제 모습에 모모는 미안했는지...
열심히 그림을 그리더니 자기는 내지 않고 절 주웠습니다.
그리곤 자긴 정말 성의없게 그림을 대충 그려서 냈죠..
그리고 어떻게 됐냐구요..?
저처럼 그림에 소질없는 애가 난생처음으로 은상을 받았습니다.
아마 유치원 선생님들도 의아했을 겁니다.
그렇게 해서 모모랑 전 둘도 없는 단짝이 됐습니다.
아니 단짝을 넘어서서 커플이었죠...
철도 없이 손가락 걸고 우리 나중에 결혼하자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유치원 졸업 후 각자 다른 초등학교로 가면서 헤어지게 됐습니다.
이 쓸쓸한 가을, 첫사랑인 모모 생각을 하니 마음 한 켠이 따뜻해 집니다.

문혜미 : 광주 광역시 서구 화정동 23-15 번지
016-9877-8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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