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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인터뷰]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 의미(최요한 시사평론가)
기존 정치권을 풍자하는 드라마로 선풍적 인기를 모은
<국민의 일꾼>이라는 드라마의 주연배우 출신입니다.
<국민의 일꾼>은 2015년 처음 방송한 이후
무려 5년째 새로운 드라마 시리즈가 나올 정도로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드라마인데요.
드라마 같은 현실이 눈앞에 벌어졌습니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젤렌스키가
현직 대통령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입니다.
젤렌스키가 당선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이번 당선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최요한 시사평론가 연결해보겠습니다.
/인사/
1. 이번 우크라이나 대선, 굉장히 핫한 이슈였는데요. 일단 ‘우크라이나’라는 나라와 이번에 당선된 ‘볼로드미르 젤린스키’라는 인물이 참 생소합니다. 우선 우크라이나라는 나라, 어떤 나라인지 좀 소개 해 주세요.
: 이 나라가 꽤 커, 전 세계에서 44번째 크기의 나라라고 하는데 60만 제곱킬로미터가 넘으니까 우리 남한의 약 6배, 남북한 합친 한반도 면적의 거의 3배가 넘는 크기의 나라,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큰 면적, 리틀러시아라고 불려
: 인구는 2015년 기준으로 약 4천 500만 명 정도
: 이번에 정치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을 대통령으로 뽑은 이유는 바로 경제난 때문
: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동부 분리주의자들과 내전에 한창이던 2014년 경제성장률이 –6.6%로 떨어졌어,
: 2015년에도 -9.8%까지 떨어졌다가 2016년부터 지난해 연 2~3% 성장률을 회복
: 그러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여전히 유럽 최빈국 수준인 2656달러(2017년)에 머물고 있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10%에 달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2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9억달러(약 4조4400억원)의 구제금융을 받았어
: 우크라이나는 비옥한 평원, 스텝, 고원이 있으며, 그들을 지나가는 강이 흑해로 흘러들어가, 우크라이나에 분포하고 있는 체르노젬(흑토) 지대는 비옥한 토양으로 유명해, 그밖에 무연탄, 타이타늄, 납, 아연, 알루미늄, 수은, 니켈, 천연 가스, 석유 등 70여 가지의 종류에 달하는 천연 자원이 매장되어 있어
: 풍부한 천연자원에 비해 경제가 낙후된, 유럽에서 최빈국이야
: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와 농업부문에 더 연계성을 강화한다면 식량안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해
2. 그러면 이번에 당선된 ‘볼라드미르 젤린스키’는 어떤 사람인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 지난 1978년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크리비리에서 태어난 젤렌스키는 학창시절부터 연극활동을 하며 예능에 재능을 보이다 러시아 개그 경연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인기 코미디언으로 주목받기 시작
: 이후 2015년부터 방영 중인 TV 드라마 ‘국민의 일꾼’에서 부패한 정권을 비판하다 대통령까지 되는 고등학교 역사 선생 역을 맡으면서 ‘국민배우’ 명성을 얻었어
: 그의 아버지인 올렉산드르 젤렌스키는 크리비리흐 경제 연구소에서 사이버 네트워크 및 컴퓨터 하드웨어학과 교수로 근무했으며 그의 어머니인 림마 젤렌스카는 공학자로 활동, 두 사람 모두 유태인
: 젤렌스키는 키예프 국립 경제 대학교 크리비리흐 캠퍼스에서 법학과를 전공했지만 법학자로 활동하지 않았어, 대신 연예인이 된 것이지
: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우크라이나의 텔레비전 방송국 인테르의 이사 겸 총 프로듀서로 활동
: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
: 그를 ‘국민 배우’로 만든 작품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국민의 일꾼’이라는 드라마이고, 이 드라마에서 젤렌스키는 부패한 정권을 비판하는 영상으로 SNS 스타가 된 고등학교 교사 역할을 맡았는데,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극 중 대통령이 돼
: 그런데 젤렌스키가 진짜 정당 ‘국민의 일꾼’을 창당하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는데, 덜컥 당선되어 버린 거야, 전혀 정치적 경험이 없는데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황당한 상황인 거지
3. 알려지기로는 젤린스키가 정치활동을 하지 않은, 깨끗한 후보라고 해서 국민들이 지지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활동을 하기는 했죠?
: 2014년, 우크라이나 분쟁이 발생할 때부터 젤린스키는 돈바스에서의 우크라이나 군의 활동을 명확하게 지지했어, 군에 기부를 하기도 했어
: 그런데 사실 2013년부터 우크라이나에서는 ‘유로마이단(Euromaidan) 운동’이 시작됐는데 유럽연합(EU)과의 무역 협정을 무기한 연기하자는 일종의 反FTA 운동 같은 거
: 젤렌스키는 이 운동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친서방파 안에서 입지를 구축한 거야
: 러시아와 정치인들을 매섭게 비판했기 때문에 세무조사도 받고, 그의 자동차에 원인모를 화재가 나는 등 탄압을 당했어
: 그래서 젤린스키와 그의 가족은 사설 경호원을 대동했다고 해
: 그의 시트콤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영을 금지당하기도 하고 등장하는 배우 중 한 사람은 3년동안 우크라이나에 입국을 금지당하기도 했다고 해
: 젤린스키는 그래도 여전히 꺾이지 않고 활발히 활동했다고
4. 이번 대선기간 동안 젤린스키의 선거운동, 유세가 독특했다고 하던데요.
: 젤렌스키는 그저 웃기기만 한 코미디언이 아니었어
: 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가장 유능한 쇼비지니스맨이자 가장 훌륭한 감독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어
: 쇼비지니스 시장에서 커다란 성과를 얻는다는 것은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을 짚어줘야 대중이 좋아하는지를 정확하게 안다는 거야
: 어찌 보면 정치인보다 더 훌륭한 덕목이지
: 그는 선거유세를 쇼코미디로 진행했다고 해
: 자신의 장기인 사람을 웃기는 일,을 활용해서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주었지
: 우크라이나 정치학자들은 그의 유명세를 기존과 다른 홍보활동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온라인 인터넷 쇼프로그램 유세를 진행하면서 SNS를 통해 자신의 소식을 받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활동을 놓치지 않고 유지하는데 온 힘을 썼다고 해
: 반대의 혹평도 있어
: 정치인이 아닌 젤린스키의 콘텐츠 부족을 지적하는 이들이야
: 영국의 <가디언>紙는 "젤렌스키의 선거유세는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방식이었다"면서 "정치 적폐 일소와 올리가르히(신흥재벌) 해체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공약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
: 보통 선거에서 자신의 공약을 하나, 둘, 셋 이런 식으로 정리하는 후보들이 있는가 하면, 적과 아로 명확하게 나누고 거기에 선과 악의 프레임을 씌우는 후보들이 있는데, 이게 젤린스키라는 거지, 거기에는 선거 공약이나 콘텐츠가 필요 없지
: 여러 가지 생각할 지점이 많아
5. 이제는 우크라이나 이야길 안 할 수 없는데요, 이번에 70%가 넘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유하면서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지만,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던데요?
: 젤렌스키는 드라마에서처럼 부패와 빈곤 척결을 공약을 내세웠고, 현 대통령에 비해서는 비교적 온건한 대(對)러시아 정책을 가지고 있어
: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유럽 대륙의 최빈국이야
: 1만3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의 정부군과 친러 반군 간 교전은 진행형이고,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은 아직도 안갯속
: 젤렌스키는 기득권 정치에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을 공략했어
: 포로셴코 대통령이 방위산업 비리 스캔들로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중에 그는 ‘부패를 뿌리 뽑고 세제를 개혁하겠다’는 공약을 내놨고
: 또 자신의 친근한 이미지를 앞세워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했어
: 문제는 지금부터야
: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과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야,
: 당장 경기가 악화된 부분을 뜯어 고쳐야 해, 2014년 경제성장률이 –6.6%, 2015년에도 -9.8%까지 떨어졌다가 2016년부터 지난해 연 2~3% 성장률을 회복했어
: 2656달러밖에 되지 않는 GDP등은 앞으로 어떻게 경제정책을 펼쳐나가야 하는지 답답할 거야
: 연간 물가 상승률이 10%에 달하고, 지난해 12월 IMF로부터 39억 달러 구제금융을 받았어, 1997년 우리와 비슷하지?
: 게다가 유권자들은 젤렌스키가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를 반환받고,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돈바스 지역)에서 내전을 끝내기를 기대하고 있어, 물론 젤렌스키는 이를 위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어
: 이게 마음대로 되겠느냐는 것이지
: 하나같이 쉽지 않은 작업들이 남아있어서 과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6. 우크라이나에서 코미디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코미디언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와는 거리가 있잖아요? 우크라이나 정치권이 그만큼 국민들에게 실망을 준 것이 크겠죠?
: 우크라이나는 국회의원들이 서로 주먹싸움을 하고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많이 잃었어
: 무엇보다 양극화도 심해
: 소비에트 붕괴 후 우크라이나를 지배해온 ‘신흥재벌’ 세력들은 – 올리가르히, 라고 불림 – 정치세력과 결탁을 해서 에너지와 자원 국영기업이 민영화를 할 때 큰 부를 쌓았고, 실질적인 ‘정치세력’으로 배후에서 암약을 했어
: 그래서 우크라이나의 부정과 부패의 핵심세력이라 할 수 있지
: 이번에 대선에서 패배한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도 1조 4천억 원 가량을 소유한 ‘신흥재벌’ 출신이야
: 개혁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포로셴코도 재임기간 동안 방산비리를 중심으로 각종 부정부패가 심화되었다는 것
: 이런 우크라이나 정치판에 진저리를 내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정치권 전체를 저격한 거야
: 그런데 국민이 대안으로 선택한 사람이 바로 젤렌스키라는 것이지
: 그래서 젤렌스키의 당선에 대해 방금 MC께서 말씀 하신 것처럼 미국의 트럼프, 프랑스의 마크롱,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슬로바키아의 카푸토바 등, '기성 정치인'이 아닌 인사가 대통령이 된 경우에 빗대는 사람들도 있어
: 굳이 해석하자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탈정치'의 현상에 하나의 사례를 더 보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거야
7. 하지만 젤렌스키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이 분명히 존재하는데요. 새로운 기득권의 꼭두각시라는 이야기도 있고, 포로셴코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거든요?
: 그럴 개연성이 충분해
: 젤렌스키는 포로셴코와 대립하고 있는 금융재벌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어
: 실제로 젤렌스키는 이스라엘에 망명중인 우크라이나 금융재벌 이고르 콜로모이스키가 소유한 우크라이나 방송 채널 ‘1+1’을 통해 지난해 12월 31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어
: 이미 당시 우크라이나 정가에서는 콜로모이스키가 자신이 소유한 우크라이나 최대 은행 프리바트방크를 지난 2016년 포로셴코 정부가 국유화한 데 대해 보복하기 위해 젤렌스키를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는 분석이 대두되기도
: 실제 대선 구도도 드라마와 비슷했어, 제과 재벌 출신인 포로셴코 대통령은 부패 사건에 여러 차례 연루, 경제 파탄 책임론은 물론, 러시아와의 갈등 등 외교안보에서도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지
: 드라마에서는 실제 정치판에서나 젤렌스키 후보의 선거공약은 부패 척결이고, 세제개혁이고, 투명한 부동산 시장 조성 등 포로셴코의 약점을 파고 든 것이야
: 역으로 이야기 하면 포로셴코의 반대지점에 있는 올리가르히는 오히려 더 유리한 지점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되는 거지
: 향후에 젤린스키가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 그러나 제 2의 포로셴코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어
: 사실 5년전 포로셴코도 '광장 혁명'을 통해 대통령으로 선출된 신화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야
8. 우리가 오늘 지구 반대편 우크라이나의 집중적으로 살펴본 이유는 동구유럽의 정치적 변화가 우리에게도 유의미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국정치와 비교를 해서 어떤 점을 유념해서 봐야 할까요?
: 제가 방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탈정치'의 현상]이라고 말씀 드린 바 있는데, 우리나라도 비껴가지 않아
: 몇 년 전에 새정치를 들고 나와서 몇 달 만에 강력한 정치조직을 갖춘 ‘안철수 현상’을 보면 잘 알 수가 있어
: 대한민국 정치구조는 늘 제 3의 대안을 이야기 하는 세력이 있어
: 때로는 그 세력이 민주 VS 反민주의 구도에서 ‘중도정치’를 내세워 논점을 흐리게 하는, 그래서 사쿠라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었고
: 때로는 제 1당이나 2당이나 모두 맘에 들지 않는 구태 정치를 할 때, 제 3세력이 등장해서 때로는 표를 갈라먹기도 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손해를 끼치기도 했어
: 그 대표적 주자가 고 김종필 총리이고 고 정주영 회장이야
: 문제는 제 3의 대안의 이념적 지형이 너무나 애매하다는 거야
: 좌도 우도 아닌 중도, 라고 이야기 하지만 막상 그게 뭐냐? 라고 이야기 하면 답하기 곤란한, 새정치에 대해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안철수 전 대표, 창조경제가 뭔지 설명을 하면 할수록 더 미궁에 빠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처럼, 제 3지대, 제 3의 대안이 현실 힘을 갖기가 힘들어
: 바른미래당의 현재 당내 진통이 거기서 기인된 거라 보여
: 젤린스키가 포퓰리즘에 기반을 한 허깨비 정치인인지, 우크라이나 금융재벌 이고르 콜로모이스키의 바지사장인지 아직은 몰라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젤린스키에게 기대를 하는 것은 국민이, 민중이, 시민이 늘 기성정치권의 한계를 지적함에도 고쳐지지 않기 때문이지
: 그게 정치인의 탓으로만 말하기 어려워
: 그런 사람을 뽑은 ‘국민’ 역시 책임이 없다 말하기 어려워
: 우크라이나, 라는 좋은 조건의 나라가 아직 발전하지 못한 것은 순전히 정치가 경제를 발목잡고 있고, 신흥재벌이라는 ‘올리가르히’들의 경제독점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 우크라이나나 우리나라나 공통적인 것은 늘 국민은 ‘정치적 대안’을 찾는다는 것, 그것이 때로는 포퓰리즘으로 빠지기 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치인은 존재하기 힘들다는 것, 등등이야
: 젤린스키가 당선이 확실시된 이후 "우릴 보라.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외쳤는데, 향후 어떤 정치를 하게 될 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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