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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20180614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최은영
■ 진행 황동현 PD
■ 김요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감사실장
■ 자랑과 질문
경호는 ‘제가 몰라서 그러는데요?’ 물으면서 말을 시작합니다. 자기 일을 한지가 20년이 넘은 경호가 진짜 몰라서 묻겠습니까? 물으면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고, 자기가 아는 일은 확신을 갖게 되니까 그렇지요. 겸손해 보여서 믿음도 쌓이는 일입니다. 자랑질만 해서 제 잇속만 챙기는 사람과 다릅니다. 경호 덕분에 처음 만나는 자리도 부드러워집니다. 경호는 겸손의 아이콘이어서 사람들이 다들 좋아합니다.
예진이는 말수가 없습니다. ‘내일은 담당자를 만나 의논하겠습니다’. 말수는 없지만 일머리를 잘 알고, 할 일을 꼭 실천합니다. 무엇보다 ‘내일 할 일’, 그러니까 앞날을 잘 준비합니다. 할 일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사람과 다르고, 입으로만 일하면서 제 일을 남에게 떠넘기는 사람과 다릅니다. 예진이 덕분에 보람도 얻고, 일할 맛이 납니다. 예진이는 존경의 아이콘이어서 배우고 싶어 합니다.
지만이는 자기 말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 왜 자기 말은 잘 안 하는지 물었습니다. (묵직하게) ‘말은 해서 손해 보는 일이 더 많아요. 저는 (필요한가?), (진실한가?) 두 가지만 따져서/ 할 말만 합니다’, 말하다가 보면 좋게 꾸미기도 하고, 자신한테 유리한 말만 하더랍니다. 헉, 이 정도면 지만이는 도인 아닙니까? 지만이는 잘 웃고 맞장구도 잘 치고, 합리적이어서 부딪히는 일도 드뭅니다. 우김질만 하면서 제 뱃속만 채우는 사람과 다릅니다. 지만이 덕분에 분위기가 늘 밝고 환합니다. 지만이는 희망의 아이콘이어서 사람들이 잘 따릅니다.
모르거나 알거나 물어볼 일입니다. ‘내가 해봐서 알아’. 옛날 어느 대통령처럼 나이와 경험 들이대면서 아는 체하다가는 일을 망치기 쉽습니다. 돈 벌었다고 돈으로 이겨먹어도 안 되고, 한 주먹 권력으로 때려잡던 시대도 지났습니다.
옛날 일이나 뽐내는 자랑질은 단지 ‘자기합리화’일 뿐이고, 남에게는 ‘강요’일 뿐입니다. 자기자랑은 나를 속이고, 또 남을 속이는 일이고, 시대를 속이는 일입니다. 자기자랑을 하기보다는 물어봐야 합니다. 물어보기만 해도 대답하는 사람이 스스로 더 좋은 방식을 찾고, 대답이 마땅치 않으면 자기가 몰랐던 부분을 찾아 연구하게 됩니다. 들을 때도 상대방의 청산유수의 말에 속지 말고, 그가 하는 행동을 살필 일입니다.
모르는 일이 끔찍한 혐오식품도 아니고, 더러운 불량식품도 아닙니다. 자랑질이 오히려 혐오식품이고 불량식품이지요. 물으면서 서로 알게 되고, 물으면서 서로 도우면 막힌 일도 멋지게 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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