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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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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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 칼럼_20180508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30~08:57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최은영
■ 진행 황동현 PD
■ 5월 8일 화요일
■ 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별일 없으시죠?

◆ 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시째냐? 악아, 어쩌고 사냐, 염치가 미제 같다만, 급허게 한 백마넌만 부치야 쓰겄다. 요런 말 안 헐라고 혔넌디, 요새 이빨이 영판 지랄 가터서 치과럴 댕기넌디, 웬수노무 쩐이 애초에 생각보담 불어나부렀다. 너도 어롤 거신디, 에미가 헐 수 없어서 전활 들었다야. 정히 심에 부치면 어쩔 수 없고.
(중략)
엄니요? 근디 어째사끄라우. 해필 엊그저께 희재 요놈의 가시낭구헌티 몇 푼 올려불고 났더니만, 오늘사 말고 딱딱 글거봐도 육십마넌뻬끼 안 되야부요야. 메칠만 지둘리먼 한 오십마넌 더 맹글어서 부칠랑께 우선 급헌 대로 땜빵허고 보십시다 잉. 모처럼 큰맘 묵고 기별헌 거이 가튼디, 아싸리 못혀 줘서 지도 참 거시기혀요야. 어찌겄소. 헐헐, 요새 사는 거이 다 그런단 말이요. -정윤천,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부분

들려드린 시는 정윤천 시인의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입니다. 어머니와 아들의 전화기 너머, 묻어 있는 서로를 향한 애잔한 마음, 어머니는 아들에게 전화를 하기 까지 얼마나 많이 서성였을지, 아들은 압니다. 어느새 아들도 어른이 되어 자식에게 학비를 마련해 보낸 뒤였기에, 어머니의 서성였을 그 시간을 크기를 잘 아는 아들입니다. 그것을 알기에 어머니와 아들의 거짓 없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깊게 폐부에 닿습니다. 전화를 받고도 흔쾌히 응할 수 없는 아들의 마음을 또 어떠했을지…. 소란 떨지 않아도 어머니와 아들의 서로를 향한 마음과 눈빛의 깊이도 느껴집니다. 한 몸이었다 서로 다른 몸이 되어, 주고도 부족한,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부모와 받고도 모자란,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김초혜,「어머니」의 인용), 그 자식은 또 부모가 되어 자식을 향한 사랑을 쏟습니다. 세상이 변해서 은혜를 모른다고들 하지만 어찌 은혜를 모르겠습니까. 부모와 자식, 이 끊을 수 없는 인연, 이 숭고한 사랑에 대하여 누구도 부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부모들은 ‘어머니’, ‘아버지’라는 이름을 얻는 값으로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어버이날 노래)셨고, 고생하고 계십니다. 자식들도 그 사랑을 압니다.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모두가 늘 하는 말처럼 부모는 나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말이라도 들려드리면 어떨까요. 이렇게 말입니다.
“엄니, 별일 없으시지라우?”
“진지는 잡수셨소?”
“어디 편찬으신디는 없고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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