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광주MBC 라디오칼럼

07시 55분

다시듣기

2018년 05월 03일/ 김영주/ 전라도의 정

김영주 광주전남 ICT협회 회장

- 얼마 전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뜻밖의 이웃으로부터 여행지의 특산품을 사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5만 원 정도의 가격에, 손마디 크기로 누구나 사는, 그 나라의 특산품이었기에, 신경이 쓰였을 뿐 부담은 없었습니다. 귀국 후 그 물품을 전달했고 감사의 말인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물건 값에 대한 물음이 없어 당황하고 불안했습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서울깍쟁이 집 사람 채근도 살짝 겁이 났지요. 며칠 후 그 분이 시골서 뜯었다며 쑥부쟁이 댓 줌, 직접 농사지은 깨와 들깨로 짰다며, 참기름•들기름 한 병씩, 특히 들기름은 볶지 않고 짜 약으로 먹어도 된다며 자상한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그 밖에 치약•마우스패드•USB케이블 등 자질구레한 선물까지 들어 있었습니다.

잠깐이었지만, ‘염체 없다.’ ‘뻔뻔하다.’, 다른 동네 특히 서울살이에 익숙한 사람들은 아마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요즘처럼 안방에서 수입품 직접구매도 가능하고 해외여행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시대에 이런 부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부탁해도 그냥 선물로 치부하기란 더욱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무슨 생각에서 그런 부탁을 하고 선물로 생각했을까? 문득 40년 전부터 외국을 드나들던 옛날 생각을 떠 올렸습니다. 출장 중에 가장 어렵고 신나는 일 중 하나가 선물 사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지만, 그 선물은 돈으로 계산하기가 불가능한 마음과 정, 큰 재미와 만족이었습니다. 받는 사람들의 기쁨과 감사가 가늠됐기에 준비하는 마음도 행복했습니다. 그 것은 선물이었기에 마음과 정이었기에 기쁨과 감사 그리고 행복이었기에 돈만으로 살 수 없는 것이었기에 정말 좋은 나눔이었습니다.

근 20년을 광주에 살면서 비슷한 경우를 수없이 겪고도 아직 저는 전라도 사람이 못됐다는 반성을 합니다. 아니 정말 정 있는, 사람다운 사람이 덜 됐다는 생각에 부끄럽습니다. 작은 선물로도 큰 정과 마음을 나누고, 감사와 기쁨을 뻥튀기 할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 사라지는 세태가 안타깝습니다.

5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선물로 고민하는 날이 정말 많습니다. 작은 생각과 문화의 차이에서 정 많고 인간다운 사람, 뻔뻔하고 경우 없는 사람이 가려집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잃어 가고 있는 작은 생각의 차이가 정과 경우, 감사함과 섭섭함을 가르는 이유임을 깨닫고, 작은 선물이라도 나누며 정과 감사를 회복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미투운동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