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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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26일/ 김창수/ 느티나무

김창수 지혜학교 이사
- 20여 년 전 담양 한재초등학교 운동장 한 켠에 서있는 거대한 느티나무 한 그루를 본 적이 있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크고 장엄한 나무를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고 온 몸이 전기충격을 받은 듯 떨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에 이리도 큰 나무가 있다니!” 나무 앞에 서 있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저의 의식 속에 혼란스럽게 흩어져 있던 많은 생각의 조각들이 퍼즐처럼 제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표지판에는 수령이 약 600년 쯤 된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어려울 때 기대고 싶은 언덕이 하나쯤 있었으면 하고 살아갑니다. 자신의 의식이 혼란스러울 때 삶을 가지런히 추스릴 수 있는 한 마디를 해줄 수 있는 사람, 외롭고 쓸쓸할 때 토닥거려줄 사람, 지치고 힘겨울 때 어깨를 잡아줄 사람, 그런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있었으면 하고 바라며 살아갑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대안학교를 만드는 일을 처음 시작한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근거로 그 일을 하여야 할 지 암담할 때가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짐이 너무 무거워 힘겨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 럴 때 지침이 되어 줄 선생이 있었으면, 짐을 나누어 질 선생이 있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의 저의 화두는 ‘선생’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재초등학교에 당당하게 서 있는 느티나무를 보고 저는 큰 선생을 보았고 선생에 대한 저의 갇힌 틀을 넘어설 수 있었습니다. 당시까지 저는 사회적으로 이미 검증된 유명한 사람, 사상적으로 나침판이 되고 있는 사람 등 사람 속에서만 선생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재초등학교의 느티나무를 보고서, 그 짧은 순간에 느티나무가 제게 큰 선생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나는 왜 작은 것들 속에서는 선생을 찾지 않았을까, 나는 왜 사람들에게서만 선생을 찾았을까, 나는 왜 보이는 것들 속에서만 선생을 찾았을까, 나는 왜 내 자신 밖에서만 선생을 찾았을까, 그러면 바람은 선생이 아니던가, 저기 널려 있는 돌멩이는 또 어떻고, 아~ 모든 것이 선생이라는 말이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또한 저를 편하게 해 주는 것만이 아니라 저를 성가시게 하는 것들도 선생일 수 있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선생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길을 물을 수 있는 선생이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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