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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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2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의 미래” <장용석 전남문화재단 이사>

 광주의 문화생태계를 바꾸고 대한민국 문화의 지형을 바꾸는 국가 프로젝트라고 했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법정 종료 시점 3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 철학을 담아 시작한 국책사업으로, 광주광역시를 아시아 문화 교류와 창의성의 중심지로 육성하여 국가 균형 발전과 문화적 발전을 도모하는 대한민국의 장기적인 국책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하여 추진되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및 5대 문화권 조성, 문화적 도시환경 조성, 그리고 문화 산업 육성 및 관광 활성화 등을 포함한 그야말로 광주를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탈바꿈하는 장엄한 사업입니다. 현재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당초 2023년까지 예정되었으나 2021년 특별법 개정으로 인해 사업 기간이 2028년까지 연장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업 종료 3년을 앞둔 지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의 현 주소는 어떻습니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을 빼놓고 어느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습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2024년 기준 지자체 보조사업 예산 투입률은 30%에 그치고, 조성위원회도 2022년 이후 꾸려지지 않았다", "이 사업은 국가가 법적 책임을 명시한 유일한 국책 문화사업이기에 특별법에 적시된 국비 보조율을 50에서 70으로 높여 5대 문화권을 활성화해야 한다", "문화도시 3.0시대 전환을 위해 국가와 광주시 역할을 강화하고 시민사회 참여 기반을 체계화해야 하며, K-콘텐츠 성장, AI 시대 흐름에 맞춰 문화 동력 확장과 국가 주도 고도화를 이뤄야 한다" 등등 다양한 제안이 쏟아져 나왔습니다만 일각에서는 너무 늦은 얘기라는 비판의 소리도 있습니다. 

 

 20년의 시간 동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원래의 사업 목표와 취지는 희미해지고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운영에 그친채 소멸 시효를 앞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이 시점에서 이런 현실까지 오게 된 이유를 곰곰이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의 책임인지, 어떤 정책적 오류가 있었는지 그동안 무슨 일들을 진행해오건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할 상황에 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노무현 정부 이후, 박근혜,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이 사업의 축소 또는 중단을 하려는 공공연한 시도가 있었고, 역대 정부에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한 측면이 제일 주된 요소입니다만, 그에 반해 광주시와 관련 정책 책임자, 정치 지도자 등은 정부의 이런 태도와 무관심에 어떻게 대응하고 진행해왔을까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비록 정부 주도의 국책사업이었지만 광주를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지역의 모든 힘과 지혜를 모아 성공적인 사업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20년의 시간동안 역대 광주광역시장을 비롯한 정책 관련자들은 그 어떤 눈에 띄는 결과를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정부 의존에서 벗어나 광주가 독자적인 비전과 콘텐츠를 제시하고 그릇을 키워야 했습니다. 국회 토론회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민형배 의원이 토로한,“그동안 광주는 제대로 된 브랜드 하나를 만들지 못했다”라는 말이 바로 지금 광주의 현실을 여실히 말해 주고 있습니다.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모든 패널과 시민, 전문가, 행정가들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3.0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듯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미래는,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아직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밝은 미래를 앞당기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일관되고 굳센 노력들일 것입니다. 

 

 2025년이 저물어 가는 지금, 광주의 브랜드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하는 것인지 다시금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