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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3일 “인공지능복지가 빚어낼 따뜻한 돌봄혁명” <이용빈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
우리 사회가 마주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제 돌봄 공백입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곧 돌봄 인력 부족 규모가 수십만 명에 달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이 거대한 공백 앞에서 우리는 좌절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저는 이 문제의 해답을 인공지능복지라는 새로운 혁신에서 찾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인공지능복지라고 하면 차갑고 인간적인 손길이 사라지는 미래를 걱정합니다.
하지만 이는 오해입니다. 저는 AI를 인간의 따뜻한 손길을 100배 확장해 주는 도구로 정의합니다. 같은 칼일지라도 의사의 손에 들리면 생명을 구하는 메스가 되지만 강도의 손에서는 흉기가 되듯 인공지능 역시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얼마 전 저는 한 복지 시설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예순이 넘으신 요양 보호사께서 40kg이 넘는 거동 불편 어르신을 부축하다가 결국 벽에 기대어 지친 허리를 부여잡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감당해야 하는 육체의 고통 앞에서 저는 인간적인 노력만으로는 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절감했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손길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재활 로봇이나 돌봄 로봇을 활용하여 육체의 고통을 덜어드려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분들이 더 많은 사람과 따뜻한 교감을 나눌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복지의 첫 번째 사명입니다.
현대인은 이제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삶을 누려야 합니다. AI 기반의 의료 데이터와 디지털 헬스 플랫폼을 활용하면 치매나 뇌질환 같은 노인성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개개인의 건강한 뇌 기능을 유지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의 인공지능 산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국내의 우수한 디지털 헬스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고도화된 AI 솔루션과 첨단 재활 로봇을 복지 현장에 보급하는 것. 이것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이 삼중전환의 시대를 극복할 세 가지 전략을 선포했습니다. 바로 돌봄복지의 혁명인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기후복지 그리고 기술로 사람을 돕는 인공지능복지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인공지능복지는 기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기술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돌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따뜻한 정책입니다. 또한 디지털 대전환이 우리 사회를 더 극단적으로 양극화시키지 않도록 격차와 차별을 처음부터 만들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이기도 합니다.
차가운 기술에 따뜻한 정책의 옷을 입히는 것. 이것이야말로 2026년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장 가치 있는 혁명이자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갈 따뜻한 미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