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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4일 “기적을 연주하는 장애청년들” <김갑주 두메푸드시스템 대표>
여러분 연말이 되면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흔히들 수학능력평가, 월동과 김장, 크리스마스 송년회, 여행 연말정산, 구세군과 기부 그리고 하얀 눈 등 수많은 일들이 연상됩니다. 하나하나들을 살펴보면 정리와 함께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같은 사람이라도 처한 환경에 따라 한해의 정리가 차이가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얻어진 환경은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특히 있는 자와 없는 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지역 간 세대 간, 한해를 마감하는 모습은 많은 차이를 갖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해외로 또 어떤이는 봉사활동으로 또 어떤 이는 고급 음식으로 어떤 이는 어두운 골방에서 등등 각기 다른 모습으로 한해를 정리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풍경이 있는 소리” 장애인 연주단에서 일어난 작은 일화를 나눔으로 한해를 정리하는데 의미가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단원중에는 선천적으로 중증 시각장애와 중증 지적장애을 함께 갖고 있는 중복장애인 김병모 군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가정마저 해체되어 시설에서 생활하게 되었고 교육마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안타까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김병모 군의 재능을 발견한 것도 아니고 교육을 별도로 받지도 않았는데 피아노를 치고 오카리나를 연주합니다. 그래서 풍경이있는 소리 단원으로 입단하게 되었고 함께 연주를 하는데 갈수록 실력이 늘어 감동의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악보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대화가 원만하게 되는 것도 아닌데 곡을 들을면 기적처럼 독주도 합주도 합니다.
그렇게 연주를 다니다보니 이곳 저곳에서 초대가 있습니다. 5.18 민주화 기념식에서 함평 국향대전에서 교도소에서 등등 수많은 연주를 다니는데, 경남정부종합청사에서 저희 연주단을 초대하여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참석한 공무원들이 감동을 하였고 청사 소장님이 내년 예산에 반영하여 매년 초대하겠다고 약속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중증장애인의 자립이 스스로의 자존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인식 전환과 함께 세상에 감동으로 옵니다. 김병모 군과 시각장애인 유재선 님의 합주로 홀로아리랑을 감상하시면서 우리 모두의 처지는 각각 다르지만 한해를 정리하는데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각기 다르게 지내온 시간이지만 한해 한해 많은 기적들이 쌓여가야 하겠습니다. 개인이든 사회든 서로서로 손잡고 한해한해 기적을 만들어가는 것은 신이 준 선물이자 모두의 축복입니다. 올해도 다사다난했던 일들을 기적으로 승화하여 멋진 정리와 준비의 시간이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