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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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8일 “우리 아이들을 위한 그리드 이야기” <강홍규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부소장>

 "1.5도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이는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아, 지구가 스스로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인류 최후의 생존 임계점’입니다. 이 위기의식 속에서 전 세계는 탄소중립, RE100, ESG를 외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탄소 배출량은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인류라는 폭주기관차에 ‘전기 먹는 하마’라 불리는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부스터가 장착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대로라면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희망이 아니라 기후 파괴를 앞당기는 가속 페달이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여섯 살 아들과 두 살 딸아이를 키우는 아빠입니다. 이제 막 세상을 배우기 시작한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숨 막히는 폭염과 각종 재난이 일상이 되고, 식탁 위 신선한 먹거리와 마실 물 한 잔조차 귀해지는 ‘결핍의 시대’를 맞이할까 두렵습니다. 1.5도를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평범한 일상과 인간다운 삶 자체를 송두리째 빼앗는 가혹한 미래가 펼쳐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두 가지 ‘그리드’, 즉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두 가지 연결망’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분산형 파워 그리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망은 해안가의 거대 화석연료 발전소에서 도심으로 전기를 보내는 중앙집중형 구조입니다. 하지만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태양광, 풍력과 같은 분산형 재생에너지가 급증하면서, 기존 전력망은 이미 수용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실제로 광주·전남은 ‘계통 포화’ 상태로 인해 2031년까지 신규 재생에너지 접속이 제한될 만큼 심각합니다. 이제는 화석연료와 대형 송전탑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마을과 가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이웃과 공유하고 소비하는 촘촘한 지역 단위의 분산형 파워 그리드를 구축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휴먼 그리드’입니다. 탄소 배출이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는 배경에는, 함께하던 일과 돌봄, 소통과 여가 같은 일상의 조각들이 각자 홀로 감당해야만 하는 ‘단절사회’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공동체가 함께 나누던 역할들을 각자 혼자 감당하게 되면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많은 가전제품과 기계가 투입되었고 이는 곧 에너지 소비의 급증으로 이어졌습니다. 사람이 하루를 살아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에어컨 한대를 몇 시간 돌리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인간은 그 적은 에너지로 일하고, 생각하며, 누군가를 사랑하고 돌봅니다. 엄청난 전력을 쏟아부어야 작동하는 기계와 비교하면, 인간은 우주에서 가장 정교하고 효율적인 ‘에너지의 기적’입니다.

 

 기계와 나누던 대화를 사람과 나누고, 각자 하던 일을 함께하는 공동체의 회복이야말로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실질적인 해법입니다. 이 ‘휴먼 그리드’는 기술적 수단을 넘어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살아갈 올바른 삶의 방식이 될 것입니다. 에너지를 나누듯 서로의 뜨거운 가슴으로 연결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기후 위기 속에서도 우리 아이들이 인간다움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갈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