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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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4일 “오페라를 독점한 남자, 장 밥티스트 륄리” <김은혜 광주시립합창단 소프라노>

 여러분, 바로크 음악 하면 바흐나 헨델이 떠오르시지요? 그런데 그보다 앞서 프랑스 음악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린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Jean-Baptiste Lully, 장 밥티스트 륄리입니다. 륄리는 원래 프랑스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으로 14살에 프랑스로 건너옵니다. 처음엔 귀족 집에서 청소하는 하인이었는데 하루는 파티에서 그 끼를 못 숨기고 춤을 추다 왕의 눈에 띄어 궁정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소년은 훗날 프랑스 음악계를 완전히 장악합니다. 그 비결의 중심에는 프랑스 절대권력의 상징, 루이 14세가 있었습니다. 야망과 출세욕이 강했던 륄리는 춤을 좋아하는 왕을 위해 많은 발레곡을 써내면서 왕의 환심을 삽니다. 이후 륄리는 발레뿐 아니라 프랑스 오페라를 창조합니다.

 

 그는 작곡가이자 지휘자였고, 동시에 권력자였습니다. 왕의 총애 하에 프랑스에서 오페라를 올릴 수 있는 권리를 독점해 버립니다. 다른 작곡가들이 오페라를 하려면 륄리의 허락이 필요했죠. 이런 륄리의 권력에 대한 욕심이 륄리에 대한 비판의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지휘 방식도 독특했습니다. 요즘처럼 작은 지휘봉이 아니라 길고 무거운 철제막대기로 바닥을 쿵쿵 찍으며 이른바 딱다구리식 지휘를 하였습니다. 리듬을 몸으로, 권위로 보여주는 방식이었죠. 어느 날 연주 중 지휘봉으로 자기 발을 세게 찍었고, 상처가 곪아 괴사가 됩니다. 의사는 다리를 절단하자고 했지만 궁정 무용가를 겸하고 있던 륄리는 수술을 거부합니다. “춤을 못 추는 삶은 의미 없다.” 결국 그는 악화된 괴저의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륄리는 단순히 음악만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닙니다. 권력에 기대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정확히 알고, 그 흐름의 중심에 선 사람이었습니다. 동시에,

자기 정체성에는 끝까지 집착한 사람이었습니다. 춤과 무대, 자기 이미지 없이는 삶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성공이란 뭘까요? 실력일까요, 운일까요? 아니면 끝까지 지켜낸 자기의 가준인가요? 장 밥티스트 륄리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움직이려면

음악만 잘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버리고 얻은 성공은 과연 끝까지 갈 수 있을까?”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륄리는 재능과 권력을 모두 손에 쥐었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자기다운 모습을 끝까지 지키는데 목숨까지 걸었던...! 자신을 잃지 않는 아주 인간적인 음악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