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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3일 “위기지학 위인지학, 누구를 위한 공부인가 ” <김 현 철 죽호학원 이사장>
공부는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일까요.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교육의 본질을 되묻게 하는 꽤 깊은 물음입니다. 동양의 오래된 가르침에는 ‘위인지학’과 ‘위기지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위인지학, 곧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 그리고 위기지학, 자기 자신을 위한 공부입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는 좋은 성적표를 내보이기 위한 공부일 수 있습니다.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한 공부일 수도 있고, 친구들보다 앞서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공부일 수도 있습니다. 남의 시선과 평가를 기준으로 삼는 공부입니다.
반면, 자기 자신을 위한 공부는 다릅니다. 내가 무엇을 알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내 삶을 더 깊고 넓게 만들기 위해 하는 공부입니다. 이 공부는 당장의 점수로 다 설명되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성과가 늦게 나타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 안에 단단한 힘으로 남습니다.
저는 과거 기업을 경영할 때도 이 두 종류의 배움을 자주 떠올리곤 했습니다. 보고를 잘하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상사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유능해 보이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조직을 오래 이끌어 갈 사람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일을 정말로 이해하고, 스스로 성장하려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의 교육은 때로 아이들에게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를 너무 많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몇 등인가,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는가, 누가 더 앞섰는가를 지나치게 따지는 사이 정작 아이들은 “나는 왜 배우는가”라는 질문을 놓치고 맙니다. 물론 성적은 중요합니다. 평가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공부의 목적이 되어 버리면, 배움은 기쁨을 잃고 경쟁만 남게 됩니다. 그 순간 공부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남과 비교해 자신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바뀌고 맙니다. 진정한 공부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바꾸는 공부여야 합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생각이 깊어지고, 하나의 개념을 배우며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한 번의 실패를 통해 자신을 더 단단하게 세우는 것, 이것이 바로 위기지학, 자기 자신을 위한 공부입니다.
저는 학교법인 이사장으로서 우리 학생들이 남에게 보이기 위해 공부하는 아이가 아니라, 자기 삶을 스스로 세워 가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시험이 끝나면 모두 잊어버리는 지식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잡아 주는 배움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공부는 남을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제의 나를 넘어서는 힘을 기르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공부는 남의 박수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위인지학은 잠시 사람의 눈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지학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꿉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이 성적표 너머에 있는 더 큰 질문을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누구를 위해 공부하는가?” 이 질문 앞에 당당히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합니다” 이렇게 답할 수 있는 학생이 많아질 때, 비로소 교육은 경쟁을 넘어 성숙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