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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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10일 “애벌레와 우주, 에너지와 문화” <강홍규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부소장>

 매일 아침, 첫째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며 차 안에서 Two Words라는 놀이를 합니다. 아이와 제가 동시에 단어 하나씩을 말하고, 그 두 단어를 연결해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어느 날은 “애벌레와 우주”였습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였지만, 이야기는 의외로 쉽게 이어졌습니다. 고흥 나로도 우주센터 발사대 근처 나무에 붙어 있던 애벌레가 바람을 타고 우주선 벽에 달라붙고, 그렇게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렇게 엉뚱한 상상일수록 더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이 단순한 놀이를 하며 새삼 느낍니다. 창의성은 거창한 능력이 아니라, 서로 전혀 다른 것을 연결하는 힘이라는 것을요. 사실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과학기술도 처음부터 당연했던 것은 아닙니다. 태양빛으로 전기를 만든다는 발상,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저장한다는 개념, 물에서 수소를 얻겠다는 생각, 보이지 않는 전기를 가정으로 전달하겠다는 전력망까지. 모두 처음에는 낯설고, 어쩌면 엉뚱하게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연결이 쌓이며 오늘의 에너지 기술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관점은 지역사회의 문제를 바라볼 때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기존의 방식 안에서만 해답을 찾으려 합니다. 그러나 진짜 해답은 전혀 다른 영역의 연결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두 영역이 만날 때 새로운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저는 에너지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에너지 산업의 발전에는 기술만큼 중요한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문화’입니다.

 

 에너지와 문화. 언뜻 보면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이 둘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에너지를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일상 속의 경험으로 만들고, 교육과 놀이, 생활과 연결할 때, 비로소 지역 전체가 에너지에 대해 이해하고 참여하게 됩니다. 아이와의 아침 놀이처럼, 작은 연결이 큰 변화를 만듭니다. 

 

 우리는 이미 문화가 산업을 확장시키는 과정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BTS의 사례가 그렇습니다. 음악은 팬덤이라는 참여로 이어지고, 그 참여는 콘텐츠와 소비, 관광으로 확장되며 산업의 경계를 넓혀 왔습니다. 산업은 기술만으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문화가 함께할 때 비로소 확장됩니다.

 

 전남과 광주에는 이미 충분한 문화적 토양이 있습니다. 예향이라 불리는 문화의 깊이, 공동체를 중시하는 정서, 그리고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입니다. 이 토양 위에 에너지 산업이 뿌리내린다면, 단순한 기술 산업을 넘어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지역이 더 빠르고, 더 지속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쩌면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것들을 연결하려는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여러분도 한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아무 단어 두 개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연결해 보십시오. 그 작은 시도가, 생각보다 훨씬 큰 변화를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