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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1일 “두 번째 고향, 생활인구와 관계인구” <최유준 전남대학교 호남학과 교수>
안녕하십니까. 전남대학교 최유준입니다. 지역의 인구가 줄어든다는 뉴스가 잇따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인구를 세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주민등록부에 적힌 사람만 세는 게 아니라, 일하러, 공부하러, 쉬러 그 지역을 정기적으로 오가며 머무는 사람들까지 함께 세는 ‘생활인구’라는 통계가 도입된 것입니다. 휴가철이면 인구 몇천의 시골 마을에 수만 명이 다녀가기도 하니, 주민등록 숫자만으로는 지역의 실제 모습을 다 담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이 ‘관계인구’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인구 감소를 겪은 일본에서 나온 말인데요. 그 지역에 살지는 않지만 꾸준히 인연을 이어 가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관광객처럼 스쳐 가는 것도 아니고 아예 이사를 오는 것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의 인연이지요. 고향을 떠났어도 마음을 두고 오가는 사람, 휴가철마다 찾는 마을이 있는 사람, 좋아하는 고장의 특산품을 챙겨 사는 사람. 모두 그 지역의 소중한 관계인구입니다.
2023년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이런 관계를 제도로 뒷받침하는 장치입니다.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함께 기부액의 30퍼센트까지 답례품을 받는 제도이지요. 모인 기부금은 그 지역의 복지와 문화 사업에 쓰입니다. 처음에는 한우나 쌀 같은 특산품이 답례품의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숙박권이나 체험 프로그램처럼 직접 와서 머물다 가게 하는 ‘체류형’ 답례품으로 확장되는 흐름입니다. 물건을 보내는 관계에서 사람이 오가는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지요.
저는 이런 변화가 단순한 정책 아이디어를 넘어선 발상의 전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힘을 주민등록 숫자로만 재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한 지역의 진짜 힘은 그곳과 관계 맺는 사람들의 넓이와 깊이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사람이 꼭 한 곳에만 속하라는 법도 없습니다. 실제로 평일은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은 시골집에서 보내는 ‘두 지역 살기’나, 바닷가 마을에서 일과 휴가를 함께 누리는 ‘워케이션’을 실천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붙이고 머무는 장소들이 곧 우리 자신을 만드는 법이니까요.
남도만큼 두 번째 고향으로 내어줄 매력이 많은 땅도 드뭅니다. 섬과 갯벌, 들녘과 골목, 그리고 계절마다 다른 넉넉한 밥상까지. 빈집과 폐교를 오가는 이들의 거점으로 내어주는 마을들도 여기저기에 생겨난다고 합니다. 이 고장 남도 사람들이 먼저 넉넉한 주인이 되어 오가는 이들과 깊은 인연을 맺어 가면 좋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도 여쭙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두 번째 고향은 어디입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