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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0일 “폭염은 지나갔지만, 불평등은 남았다” <이승남 광주노동권익센터 노동권익팀장>
뜨거웠고 길었던 폭염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폭염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어떤 장소에서 일을 하는지에 따라 폭염은 누구에겐 지나갈 한철의 시간이지만 누구에겐 생과 사를 가르는 운명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습니다. 지난 7월 25일 해남군에서 30대 이주노동자가 쓰러졌습니다. 가장 뜨거운 낮 3시 밭에 비료를 뿌리던 중이었습니다. 체온은 43도까지 올랐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하였습니다. 그날 해남은 낮 최고기온이 33.7도로 사흘째 폭염 경보 중이었습니다. 사망한 이주노동자는 입국한 지 3일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온몸을 태우는 햇볕과 가늠할 수 없는 열기가 올라오는 도로, 뜨거운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 사이를 하루 평균 12시간씩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야 하는 배달 라이더에게 올해 올여름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이제 폭염을 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숨을 쉴 때마다 들이켜야 하는 공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라이더를 위한 쉼터는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동네 근린공원 나무 그늘이 주로 찾는 휴식 공간입니다. 그러나 도시의 수많은 빌딩, 아파트, 공공시설은 라이더에게 단 한 평의 휴식 공간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필요할 땐 언제든지 호출할 수 있지만 불필요할 땐 언제든지 모른 척 할 수 있는 존재. 라이더를 위한 배려는 언제쯤 우리 공동체의 상식이 될 수 있을까요.
실내라고 폭염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아닙니다. 대형 튀김기와 화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뜨거운 물과 수증기로 급식실 내 최고 체감온도는 무려 45.4도까지 치솟습니다.
위생과 안전을 위해 모자, 마스크, 방수 앞치마, 토시, 고무장갑, 고무장화 온몸을 칭칭 감은 위생복은 온통 땀으로 절여집니다. 급식실 노동자들은 "폭염기에는 열이 많이 나는 조리법을 줄이는 식단으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폭염은 이젠 버티어야 되는 환경이 아니라 맞서 싸우고 이겨 내야 할 사회적 불평등이자 인권문제가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위험을 느끼고 예방할 수 있는 출발은 노동자 스스로 작업을 중단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나 작업을 중단하면 수입이 감소합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비자발적 휴업 시 고용보험 기금으로 임금 손실을 지원하는 법이 논의 되어야 합니다.
이제 가을로 접어듭니다. 폭염 이슈는 서서히 사라져 갈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올해가 가장 시원한 해가 될 것입니다. 폭염을 이겨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모든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수고 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