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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8일 “반도체는 누가 만들까요” <이승남 광주노동권익센터 노동권익팀장>

 반도체 공장이 전남광주에 만들어집니다. 수만개의 직간접 일자리가 생기고 수십조원의 돈을 번다고 합니다. 위원회, 추진단, TF가 설치되고 속도전 전격전 등 민주사회에 어울리는 않는 용어도 등장합니다. 급작스런 추진에 우려나 반대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반도체 공장 유치 환영 목소리는 거의 신성 불가침입니다. 반도체 공장의 성공적인 설립과 운영을 위해 전문가, 행정당국, 정치인, 시민단체들이 오늘은 포럼을 열고, 내일은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전기와 용수, 인재 양성과 주거 환경 마련 등 수많은 주장과 아이디어가 공론장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반도체 공장에 인생을 걸 노동자들의 삶과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잘 알려졌듯이 반도체 공장은 365일  24시간 돌아갑니다. 수요를 맞출려면 휴일에도 명절에도 일해야 합니다. 4조 3교대로 편성된 노동자들은 마치 철도역의 시간표처럼 한치 오차도 없이 정해진 매뉴얼대로 일을 합니다. 그래서 반도체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땐 성실함을 가장 우선적으로 본다고 합니다.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인생의 모든 시간을 반도체 공장의 흐름에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입사부터 퇴사까지 수십년 지루하고도 반복된 노동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합니다.  교대 근무를 하면 당연히 1달에 1주 정도는 야간 노동을 합니다. 야간 근무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2급 발암물질입니다. 또한 야간 교대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수명이 주간근무만 하는 이들에 비해 13년 짧다는 독일 수면학회의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우리는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역사를 잘 알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 씨, SK하이닉스 이천공장 기술연구소에서 뇌종양으로 숨진 최상미씨는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삼성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직업병 예방을 위해 투자할 적기”라고 성명을 발표 했습니다. 반올림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삼성반도체 기흥·화성사업장에서 혈액암, 뇌종양 등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12명이라고 합니다. 

 

 반도체는 누가 만들까요.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공장 시간표에 맞춰 갈아 넣어야만 하는 이름 모를 노동자의 고된 노동이 만들고 있습니다. 4조 3교대 야간노동과 위험한 노동환경 속에서 희생당한 황유미들이 만들었습니다. 전남광주에 새롭게 지어질 반도체 공장에는 노동시간 단축, 저녁 있는 삶, 병에 걸리지 않고 행복하게 일할 환경 조성 등 인간 중심적인 노동기준이 필요합니다. 

 

 돈 잘버는 공장이 온다고 합니다. 환영 현수막이 넘쳐납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환영 해야 하는 건 수십년 세월 방진복 입고 클린룸을 지킬 수천, 수만의 노동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