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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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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3일 "인재육성과 활용 및 제도혁신" <박기영 순천대학교 명예교수>

 최근 한국 경제는 내부적으로는 계엄과 탄핵 등 정치적 불안 요인, 대외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력 등으로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 GDP 증가율이 –0.246%로서 주요국들 중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이에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 KDI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암울하게 전망했습니다. KDI는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고령화, 자본투입 둔화, 그리고 총요소생산성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40년대 후반에는 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경고했습니다.

 

 잠재성장률은 단기적인 경기 등락을 배제하고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최대치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라 할 수 있습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본 같은 기본 투입요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로, 기술 발전과 혁신역량을 상징하는 핵심 성장 동력입니다. 같은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더라도 생산성을 높이면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성장 여부는 총요소생산성의 향상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져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는 2019년 3,763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69.5%인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2050년에는 51.9%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면 고령인구는 2025년 20.3%에서 2050년에는 40.1%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로 인해 경제의 가장 기본이 되는 노동 공급은 2030년경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까지 겹치면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여기에 자본수익성 하락으로 기업의 투자도 둔화되고 있어 자본투입 역시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노동과 자본이라는 투입요소가 모두 감소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총요소생산성, 즉 노동과 자본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혁신을 가속화해야 합니다.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혁신인재의 유동성을 높이고 성과 중심 보상체계를 확립해 창의적 인재가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우리는 산업성장시기 해외유학파 인재들이 세계 수준의 지식을 들여와 ‘추격형 성장’으로 경제 대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제는 추격형이 아니라 세계적인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는 ‘선도형 성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 쏠림과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가의 혁신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혁신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대학과 기업에서 혁신활동을 주도할 인재에 대한 파격적 지원과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동시에 규제 혁신과 경쟁 촉진을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가 시장에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 등 기업 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결국 한국 경제가 저성장 함정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효율과 혁신, 그리고 인재 육성과 활용 및 제도 혁신이 동시에 추진돼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