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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0일 "광주 AI, 위대한 교역 도시의 꿈을 향해" <인디제이 정우주 대표>
많은 분들이 "왜 전 세계 기술의 심장부인 실리콘밸리를 떠나 광주로 왔느냐?"고 물으십니다. 또 “왜 AI기업이 서울에 있지 않고 광주에서 사업을 하느냐?”고도 물으십니다. 이 질문을 들을 때면 저는 마치 먼 옛날, 번화한 로마를 떠나 미지의 동방으로 향하는 상인의 심정을 떠올리곤 합니다. 저 또한 이곳 민주와 인권의 도시 광주에서 혁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지금 세계는 AI 혁명과 전쟁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AI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과거 증기기관이나 인터넷이 그랬듯, 우리 삶과 산업의 모든 것을 근본부터 뒤바꾸는 거대한 물결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이 AI 패권을 잡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죠. 마치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기 위한 국가 간의 치열한 항해 경쟁과도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AI 강국'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지난해 국가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은, 한창 항해에 박차를 가해야 할 배의 돛을 스스로 찢는 것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벤처 투자의 마중물인 모태펀드 규모 축소는 항해에 나설 선원들에게 식량과 물을 제대로 보급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더군다나 광주는 지역거점 VC와 스타트업 펀드규모도 타지역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고대의 어느 교역로에 새로 생긴 작은 오아시스 마을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 오아시스는 사막을 건너는 스타트업과 같은 상인들에게 잠시 쉬어갈 물과 그늘, 즉 초기지원을 제공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상인들이 고마워하며 머물렀죠. 하지만 이 상인들이 진짜 큰 돈을 벌기 위해 저 멀리 있는 글로벌 시장로 가려면, 낙타 여러 마리와 많은 물품, 그리고 긴 여정을 버틸 충분한 자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상단 즉 스케일업을 위한 투자가 필요 했습니다. 오아시스 마을이 스케일업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재능 있는 상인들은 더 크고 지원이 풍부한 다른 곳으로 떠나 그곳에서 상단을 꾸릴 것이고, 결국 처음의 작은 오아시스 마을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정거장으로 남을 뿐, 성장할 기회를 놓치게 될 것입니다. 그 상인들이 가져올 막대한 부와 활기도 함께 말이죠.
광주가 바로 오아시스 마을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게 싹을 틔운 유망한 AI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해 '거대한 상단'을 꾸려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려 할 때, 광주 안에서 충분한 사업기회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광주는 더욱 담대한 도전을 해야 합니다. 광주를 단순히 거쳐가는 오아시스가 아니라, 유망한 상인들이 거대한 상단을 꾸려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전략적 교역 허브'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보여지는 규모만 큰 펀드가 아닌 실질적 투자가 이루어지는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대폭 확충해야 합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으며 꾸준히 활동하는 지역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확실한 경로가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뛰어난 인재와 뜨거운 열정, 그리고 성장하는 기반이 있습니다. 여기에 '지속적인 투자'와 '전략적인 지원'이 더해진다면, 광주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AI 중심도시, AI 시대의 위대한 교역 허브로 빛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