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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16일 “빠른 세상에서 느린 음악을 듣는다” <김은혜 광주시립합창단 소프라노>
여러분, 쇼팽이나 리스트는 다들 아시죠? 그런데 Alkan이라는 음악가는 들어보셨나요? 솔직히 말하면, 알캉은 음악사에서 굉장히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입니다. “왜 이렇게 뛰어난 사람이 유명해지지 못했을까?” 이 질문을 통해 19세기 낭만파 시대의 프랑스 작곡가 Charles-Valentin Alkan(샤를발랑탱 알캉)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알캉이 대단한 음악가라는건 동시대의 유명한 음악가들이 더 말해주는데요. 리스트는 자신의 연주 때 알캉이 관객으로 앉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극도로 긴장하고 두려워했으며, 쇼팽은 자신의 미완성 작품을 알캉이 완성하기를 바라서 알캉에게 갖다주라고 제자들에게 시켰다고 합니다.
이렇게 대단한 음악가인 알캉이 그 시대에 유명하지 못했던 이유를 살펴보면, 알캉의 음악은 기술적으로 말도 안 되게 어렵습니다. “이건 사람이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니다.” 피아노 한 대로 교향곡이나 협주곡을 표현하려 했고, 손이 두 개가 아닌 것처럼 써 놓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알캉은 일부러 어려운 음악을 썼다는 겁니다. 대중이 좋아할 음악보다, 자기가 만족하는 음악을 택한 거죠.
알캉은 한때 꽤 유명한 연주자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무대에서 거의 사라집니다. 알캉은 사람 만나는 걸 싫어했고 경쟁이나 유명세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같은 시대의 셀럽인 리스트는 무대를 선택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스타가 되었죠. 하지만 알캉은 조용한 방과 악보를 선택했습니다. 실력은 있어도 보여주지 않으면 묻히는 사회. 알캉은 그런 사회에서 더 불리한 사람이었습니다.
알캉은 살아있을 때 거의 잊힌 채 세상을 떠납니다. 유대인들이 신성시여기는 탈무드를 책장 제일 위에 보관하고 그걸 꺼내기 위해 사다리를 이용해야하는데, 알캉은 직접 책장을 기어올라 탈무드를 꺼내려다 책장이 넘어져 깔려 죽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알캉은 살아생전 스스로 음악계를 멀리하고 본인작품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100년쯤 지나서 다시 연주되기 시작합니다. 음반이 나오고, 요즘에는 유튜브에서도 알캉 연주를 볼 수 있습니다. 알캉은 살아 있을 때보다 죽은 뒤에 더 유명해진 음악가입니다. 이렇게 가치는 나중에 드러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성공하지 않으면 실패일까요? 알캉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것 같습니다. “유명하지 않으면 의미 없는 삶인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끝까지 하는 건 가치 없는가?”
저는 알캉이 과거의 음악가이면서 동시에 굉장히 현대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알캉은 조용히 깊게 살아도 그 삶은 충분히 의미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음악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