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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30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알박기 인사" <장용석 전남문화재단 이사>
윤석열 정권이 종말을 고하면서 현재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 고위급 공무원 자리에 알박기 인사가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대통령이 탄핵당한 권한대행 정부에서 ‘알박기 인사’가 여전히 횡행하는 데는 미처 실행에 옮기지 못한 ‘보은인사’의 성격이 짙기 때문입니다. 최근 기관장에 선임되거나 내정설이 나돈 인사들을 보면, 대부분 윤석열 정권 출범에 기여했거나, 출범 뒤 대통령실에서 윤 전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온 참모진,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 공직 진출에 실패한 정권 주변 인사들입니다. 이들의 발탁 기준 역시 ‘전문성’과 ‘유관 경력’보다는 ‘정치 성향’과 정권에 대한 ‘충성심’입니다. 문화예술 분야 역시 알박기가 극성입니다.
최근 정부는 논란이 일었던 국립국악원장을 다음 정부에서 임명할 예정이라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혔지만, 올해 초 인사혁신처가 국립국악원장 후보 3인을 발표하면서 그 중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무원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악계의 반발이 시작되었습니다. 애초에 국악계 전문가들만이 지원할 수 있도록 경력개방형 직위로 바뀌었다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다시 일반 공무원도 지원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을 개정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이에 국악계는 알박기 인사로 비판하며 국악계와 협의 없이 행정직 공무원을 임명하는 시도에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15개월간 공석이던 한국관광공사 사장에는 국민의힘 전 의원을 제청 중이며, 지난 4월에는 영화인들의 반발로 한국영상자료원 신임 원장 공모 절차가 잠정 중단됐습니다. 또한 지난 4월 28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로 용산 대통령실 국민제안비서관을 지내고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을 지낸 사람이 임명되었습니다. 이는 지난 3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사람들로 새로운 이사진을 임명하고 불과 한 달여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진 인사조치입니다.
더군다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맡은 예술인 복지나 예술인 권리보장 관련 업무는 문화행정 안에서도 고도화되고 전문화된 정책 영역으로 최소한의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대표로 임명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분은 전혀 고려가 되지 않았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재단 사장 임명 또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그림자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최근 아시아문화전당 문화재단 사장에 임명된 사람은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유인촌 장관이 만든 극단 대표를 지낸 인물로서 문화예술 행정이나 전문적인 경력 부족이라는 비판 여론이 많습니다. 아시아문화전당 문화재단은 지난 2022년 출범 초기부터 사장과 이사장의 전문성 부족으로 지역사회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던 바 있습니다.
이토록 정상적인 정부가 아닌 상황에서 필수불가결한 인사가 아니면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권한대행 체제의 정부에서 오히려 알박기 인사가 극심한 것은 다음 정부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돼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알박기 인사 논란은 비단 이 정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인사 문제만큼은 다음 정부에서는 탕평한 원칙하에 시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사가 만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