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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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2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강홍규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부소장>

 얼마 전 첫째 아들의 유치원 면담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들 활동을 듣다 귀에 들어온 수업이 있었습니다. ‘디베이트’, 토론 수업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수업 전 ‘디베이트 선서’를 한다고 합니다. 내 생각을 말하고, 친구 이야기는 끝까지 듣고, 다른 생각도 존중하겠다는 약속입니다.

 

 그 순간 어릴 적 듣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토 달지 마.” 우리가 자랄 때는 어른에게 배우고 정해진 답을 익히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하지만 AI가 수많은 답을 내놓는 지금은 다릅니다. 무엇을 묻고 어떤 답을 믿을지 판단하는 힘이 더 중요합니다. 그때는 잘 따르는 것이 답이었다면, 지금은 무조건 따르기보다 잘 질문하고 토론하는 것이 답입니다.

 

 에너지에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야기가 있습니다. 100여 년 전 에디슨과 테슬라는 전기를 먼 곳까지 어떻게 보낼지를 두고 맞섰습니다. 에디슨은 직류를, 테슬라는 교류를 주장했습니다. 승자는 교류였습니다. 전압을 쉽게 높이고 낮출 수 있어 장거리 송전에 유리했고, 이후 100년 넘게 세계 전력망을 교류가 지배해 왔습니다. 그때는 교류가 정답이었습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나 전기를 만들고, 저장하고, 보내고, 쓰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전력반도체의 발전으로 직류의 변환과 제어가 쉬워졌고, 직류 송전도 중요한 선택지가 되었습니다. 태양광 발전의 전기는 직류이고, 배터리는 직류로 저장하며, 전기차와 AI 데이터센터도 직류를 사용합니다. 그때는 틀렸다고 여겨졌던 직류가 지금은 중요한 답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전남광주에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야기가 있습니다. 산업이 수도권에 모이던 시대에는 수도권에서 멀다는 것이 약점이었습니다. 산업이 있는 곳으로 전기를 보내는 것이 정답이었습니다. 하지만 AI와 반도체, 탄소중립과 RE100의 시대에는 조건이 달라졌습니다. 첨단산업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고, 재생에너지 확보 능력도 경쟁력이 됩니다. 전남광주에는 넓은 땅과 햇빛, 바람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늘 그래왔듯이 그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면 되는 것 아닐까요? 주민 수용성과 환경·인허가 문제로 송전망 구축에는 10년 안팎이 걸리기도 합니다. 첨단산업은 그렇게 오래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때는 산업이 있는 곳으로 전기를 보내는 것이 답이었다면, 지금은 전기가 풍부한 곳으로 산업이 오는 것이 답입니다. 수도권에서 멀다는 어제의 약점이, 에너지가 풍부한 오늘의 강점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들의 ‘디베이트 선서’를 떠올렸습니다. 아이들 세상에서는 지금의 정답도 달라질 겁니다.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우리 시대의 정답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듣고 질문하고 토론하며 자기 시대의 답을 찾아가는 힘 아닐까요. 세상이 바뀌면 질문이 달라지고, 답도 달라집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 새로운 답을 만들어 갈 사람은 결국 우리 아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