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문 보기
2026년 5월 18일 “5월과 디아스포라, 떠나도 지워지지 않는 5월” <김현희 글로컬정책연구원 이사>
또 다시 광주의 5월이 돌아왔습니다. 46주기를 맞이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이미 과거로 봉합된 역사적 경험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작동하고 있는 기억입니다. 당시 전남대학교 정문앞에 살면서 중학생이던 저의 기억 속 총성과 함성은 단순한 회상이 아닌, 생생한 그곳의 현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지금을 살아가는 현재에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역사적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 문제를 논함에 있어 우리는 흔히 저처럼 광주에 남아 아픈 기억을 계승해 온 이들에게 주목해 왔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주목해야 할 집단은 고향을 떠나 타지와 타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민족인 디아스포라입니다. 생존과 생계를 위하여, 혹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광주를 떠난 이들에게도 5월의 기억은 또 다른 방식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이들에게 광주는 단순한 지리적 고향이 아니라, 끊임없이 회상하고 설명해야 하는 암울한 역사이자 스스로 감당해야 할 정체성으로 남아 있을테니까요
예컨대 1980년대 후반 독일에 있던 광주 출신 간호사들이 현지에서 시위하고 성명 발표, 모금 활동 등을 통해 광주의 상황을 해외에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이와 같은 역사적 경험에 대한 인식은 충분하지 않았고, 때로는 왜곡된 정보가 더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기억과 체험을 반복적으로 증언해야 했으며, 이는 개인적 삶의 부담을 넘어 역사적 증언자로서의 역할을 요구받는 힘든 일이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 사회를 들 수 있습니다. 1980년 당시 미국에 있던 광주 출신 교민들과 유학생들은 서슬퍼런 군사정권의 언론 통제 속에서 광주의 진실을 해외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LA 한인사회는 해외 5·18 기념 활동의 중심 지역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매년 추모식을 개최하고, 5·18 관련 다큐멘터리 상영이나 증언 낭독회 등을 진행해 왔습니다. 특히 2세, 3세 한인 청년들이 참여하면서 영어로 번역된 자료를 바탕으로 토론을 이어가는 등, 기억의 계승 방식이 점차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5·18을 한국 내부의 역사에 국한하지 않고, 광주의 상징인 인권과 민주주의 도시라는 재해석의 가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46년이 지난 오늘날, 5·18은 더 이상 광주라는 한 도시의 비극적 역사속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아가는 디아스포라의 삶 속에서 재해석되며, 다양한 언어와 문화 속에서 새롭게 의미화되고 있습니다. 디아스포라의 존재는 그러한 확장의 의미로 볼수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기에 더욱 기억하고 싶어지는, 직접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이어가야 할 역사라는 인식은 5월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듭니다.
결국 이러한 것은 어디에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기억하는가, 입니다. 광주에 머무르는 이들이든, 세계 각지에서 살아가는 디아스포라든, 각자의 자리에서 5월을 어떻게 사유하고 계승하는가가 핵심입니다. 그러한 기억들이 모일 때, 5·18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미래를 향한 공동의 역사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