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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9일 “전쟁이 없는 보통의 하루” <이태민 정형외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당신의 하루를 생각하는 정형외과 의사 이태민입니다. 우리는 격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평화에 익숙해져 있어 피부로 느끼지 못할 뿐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분쟁과 충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전쟁이 완전히 없었던 시기’는 며칠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전쟁은 인간 역사의 동반자처럼 늘 존재해 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란에서 시작된 중동의 위기는 뉴스 속 이야기로만 보일지 모르지만 그 여파는 우리 일상속으로 이미 스며들어 있습니다. 치솟는 기름값과 생필품 가격, 그리고 우리가 체감하는 삶의 무게까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10여 년 전 아프리카 남수단을 다녀왔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파병 지역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히던 곳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절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아랍에미리트나 레바논이 지금은 더 큰 긴장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을 보면 세상의 안전과 위험은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수단은 내전의 한가운데에 있는 나라입니다. 이슬람 국가였던 수단에서 분리되어 탄생한 기독교 국가로 딩카와 누에르라는 두 부족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나일강 주변의 보르 지역에 공병부대를 파병해 도로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우리 한빛부대를 포함한 1300여명의 다국적 군인들과 유엔 직원들의 비상사태와 건강을 책임지는 군의관으로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시간이 지나고 나서 깨달았던 것은 눈앞에 보이는 자극적인 전쟁과 죽음이 아니라 오히려 공기처럼 이어지는 삶이었습니다.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는 긴장 속에서도 아침이 되면 시장이 열리고 사람들은 소를 몰고 들판으로 나가고 일터로 향하는 차량들이 움직입니다. 해가 지면 가족들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아이들은 초원을 뛰어다니며 웃습니다. 전쟁 한가운데에서도 삶은 멈추지 않고 소소하게나마 오히려 더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여전히 분단 국가입니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좁은 지역에 높은 밀도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은 외국인의 시선에서 보면 중동이나 아프리카보다 훨씬 더 위험해 보인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맞이하는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가장 특별한 축복인지도 모릅니다.
저도 가끔 그렇습니다. 바쁘고 치열한 삶속에서 아침에 눈을 뜨기 싫고 출근이 버겁고 때로는 누군가를 마주하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 어딘가에서는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오늘 하루 온전히 가족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삶. 오늘 하루 편히 먹고 마실 수 있는 너무도 당연한 삶들을 소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요? 여러분은 매일아침 지금 이 당연히 평화로운 삶에 감사하고 계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