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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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20일 “함께 이슈를 풀어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강홍규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부소장>

 아이들이 태어난 산부인과의 산후조리원, 아이를 만날 수 있는 면회 공간 한쪽에 “아기를 위한 기도문”이라는 글이 붙어 있었습니다. 첫째 때도, 둘째 때도 그 글을 읽으며 유독 마음에 남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그를 요행과 안락의 길로 인도하지 마시고, 곤란과 고통의 길에서 항거할 줄 알게 하시고, 폭풍우 속에서도 일어설 줄 알게 하소서.” 

 

 돌이켜보면 조금 낯선 문장입니다. 무릇 부모라면 자식의 평안과 안녕을 빌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그 반대의 길을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곱씹어보면 그것이야말로 아이를 진짜로 위하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넘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것 말입니다.

 

 저는 에너지 분야의 연구자로 살아가며 늘 문제와 마주합니다. 풀리지 않는 난제, 예상치 못한 실패,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새로운 질문들 속에서 때로는 막막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는 이슈를 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반가운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이슈 속에는 새로운 과학이 있고, 논문이 있고, 특허가 있고,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이슈를 대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이슈에 부딪혔을 때 필요한 것은 혼자 해결하려는 조급함이 아니라, 함께하려는 마음이라고 일러주려 합니다. 함께하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더 빠르게 해결될 것이고,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여러 지혜가 모일 때 결국 풀리게 됩니다. 결국 이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휴먼 그리드’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전남과 광주의 통합을 둘러싸고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분리를 통해 효율을 높이려 했던 두 지역이 다시 통합을 논의하는 상황에 대해 낯설다는 시선과 추진 속도에 비해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이러한 반응은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우리 지역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지금은 단순한 정체를 넘어 하락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인구는 줄어들고 경제의 활력은 갈수록 낮아지는 엄중한 상황입니다. 저는 이러한 지역적 이슈들이야말로 우리 지역을 새로운 반석 위에 세우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돌궐 명장 톤유쿠크 비문을 통해 전해지는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말처럼, 전남과 광주 역시 지금의 익숙한 성벽 안에 머무르기보다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시점입니다. 편안함이 아니라 버틸 수 있는 힘을 길러주듯, 우리 지역도 지금의 이슈를 통해 더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요행과 안락의 길이 아니라, 조금은 불편하고 때로는 거친 길 위에서 비로소 성장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슈에 감사하며, 함께 지혜를 모아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