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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7일 “실패를 묻다 -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실패자인가요” <박진감 유스사이드 (Youth-Side) 대표>
혹시 ‘알렉산더 왕’ 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는 열아홉 살에 MIT를 떠나 인공지능 기업 Scale AI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무려 97년생의 나이로, META의 최고 AI 책임자를 맡은 화제의 인물인데요.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넘어,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고도 세상을 바꾸어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위보다 실력과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말이 몸소 증명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어떨까요? 이력서에 최종학력 ‘고졸’이라고 적혀 있으면 그 사람의 됨됨이보다 대학교를 가지 않은 이유를 묻곤 합니다. 대학 졸업을 당연한 기준으로 두고, 달성하지 못한 경우를 결손으로 인식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요. 어느 순간 학위는 어느 한 사람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없으면 먼저 설명해야 하는 필수조건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가 지나온 시간이 있습니다. 빠르게 산업을 키우던 시절, 학력과 자격증은 수많은 지원자 가운데 누가 일을 해낼 사람인지 가늠하는 편리한 신호였습니다. 사회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자격증명주의, ‘크레덴셜리즘’이라고 부릅니다. 능력을 확인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학위와 같은 증명서가 사람의 능력과 지위를 대신 판정하게 되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데요. 문제는 학위를 수많은 역량 중 하나가 아니라, 한 사람의 성실함과 미래까지 모두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저 역시 대학 2학년을 마친 뒤 학교를 떠났습니다. 운이 좋게 첫 직장을 구할 수 있었지만, 2년을 보내고 나니 불현듯 ‘대학교 졸업’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주변에서 열에 아홉은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며 ‘아직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대학 졸업장 없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국 졸업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는데요. 학교에 돌아가 공부하는 게 제 시야를 더 넓혀 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특히나 AI가 발전하면서 배움의 길이 대학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 시대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돌아봐도 참 무모한 선택이었고, 아직까지도 불안하긴 합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문제는 대학교 졸업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학력을 넘어 이 나이에는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한다거나, 대기업이나 전문직을 성공으로 본다거나, 돈을 얼마나 모았어야 한다거나. 우리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기준이 너무나도 쉽게 한 사람의 가능성을 결론 짓고 있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크레덴셜리즘’의 개념은 학위와 자격증에 국한되었다면,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나이와 직장, 모은 돈까지가 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조건을 갖춰야만 성공이라고 인정하게 된 걸까요? 반대로 이 기준들이 청년을 옥죄고, 실패한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그 기준에서 잠시 비켜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있습니다. 지난 1년, 청년 50명을 만나 실패에 관해 물었는데요. 그들은 실패해서 침묵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주변에 자신을 변명해야할까봐 침묵하곤 했습니다. 앞으로 이 시간에는 그들이 아무 데에서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실패의 순간을 한 사람씩 들려드리려 합니다. 실패가 어떻게 개인의 결함으로 번역되는지, 그리고 그 번역은 과연 누구의 몫인지 앞으로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