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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8일 “우주항공도시 뚤루즈에서 다시 만난 어린왕자” <조숙경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교수>
얼마 전 프랑스 남서부의 도시 툴루즈(Toulouse)를 처음 방문했다. 파리를 경유하여 뚤루즈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프랑스의 지형은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반대였다. 끝없이 펼쳐지는 드넓은 농지와 와인 농장 그리고 울창한 숲은 그야말로 프랑스가 농업 국가임을 말해주었다.
농업 국가인 프랑스가 오늘날 과학 강국으로 거듭나는 전환점은 18세기 말에 발발한 프랑스 혁명이었다. 당시에는 지역이나 영주마다 농산물을 재는 단위가 수백 개에 달할 정도여서 상거래가 혼란스럽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했다고 한다.
이에 1790년 새롭게 들어선 프랑스 국민의회는 그 누구에게도 특혜가 주어지지 않는, "모든 시대, 모든 사람을 위한(for all time, for all people)" 길이의 표준을 정하겠다고 천명하고, 그 업무를 프랑스 왕립 과학아카데미(Royal Academie des Sciences)에게 위임했다. 과학자 단체가 과학의 이름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한 최초의 국가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6년간의 탐사 끝에 1799년 마침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지구 자오선의 1/4, 즉 적도에서 북극까지 거리의 1,000만 분의 1에 해당하는 길이를 1미터(meter)로 선포하게 되었다. 과학이 이룬 멋진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올해 뚤루즈에서는 유럽-한국 과학기술학술대회(EKC 2026)’가 개최되었다. 유럽 각지에서 공부하거나 연구하며 활동하는 한국 과학기술인 800여명이 모여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네트워킹하는 이 대회의 올해 주제는 ‘AI가 견인하는 과학기술의 미래’였다. 프랑스에서 뚤루즈가 특별히 선정된 것은 이곳이 ‘유럽의 우주 항공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세계 최고의 국립고등항공우주학교(ISAE-SUPAERO)가 있고, 최고 연구기관인 항공우주연구소(ONERA)가 있으며, 무엇보다 미국 보잉사와 견주는 에어버스(Airbus)의 본사가 있다. 우주항공 분야를 위한 교육과 연구와 산업이 어우러진 클러스터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뚤루즈를 진정한 우주항공의 수도로 만드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이곳이 생텍쥐페리가 조종사로 일하면서 아름다운 거작 『어린 왕자』를 집필했던 곳이라는 점이다. 뚤루즈는 그에게 삶의 터전이면서 인간으로서의 상상력을 발현하는 모티브를 제공한 곳이다.
<어린 왕자> 24장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난 항상 사막을 좋아했다. 사막에 앉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 빛나는 무언가가 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그렇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AI라는 거대한 비행기를 타고 어디로 향하려고 하는가? 눈에 보이는 기술과 혁신만 추구하려고 하는가? AI 시대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