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광주MBC 라디오칼럼

11시 00분

칼럼 전문 보기

2026년 7월 6일 “통합특별시 시대, 문화복지의 새로운 과제” <임하리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부관장>

 7월 1일, 전남과 광주가 하나의 특별시대로 새로운 출발선에 섰습니다.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의 변화를 넘어 지역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는 시민들이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자 통합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문화정책이라고 하면 대형 공연장이나 박물관, 미술관 건립을 떠올립니다. 물론 문화 인프라 확충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문화복지는 건물의 숫자가 아니라 시민들이 얼마나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문화시설이 들어서더라도 일부 지역 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다면 문화는 공공재가 아닌 특권이 되고 맙니다.

 

 광주에는 다양한 문화예술기관과 공연장, 전시시설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20여 년 이상 근무하며 다양한 지역민들을 만나온 저는 전남의 농어촌과 섬 지역이 겪고 있는 문화적 거리감을 현장에서 직접 체감해 왔습니다. 전시 한 번 관람하기 위해 몇 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문화행사 역시 대도시를 중심으로 열리다 보니 지역 주민들은 

문화적 소외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문화는 단순한 여가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는 배움의 기회를, 어른들에게는 삶의 활력을 제공합니다. 결국 문화 격차는 교육과 삶의 질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어떤 문화정책을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까요?

 

 첫째, 문화시설 중심 정책에서 문화 접근성 중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동안의 문화정책은 새로운 시설 건립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통합특별시 시대에는 시설을 늘리는 것보다 기존 문화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유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문화는 시민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게 찾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이동형 박물관, 순회 전시, 찾아가는 예술교육과 같은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농산어촌과 도서 지역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순회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전시와 문화교육 프로그램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전남과 광주의 문화자원을 연결하는 광역 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합니다. 광주는 예술과 창작 인프라가 강점이고, 전남은 풍부한 자연유산과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통합특별시가 출범한다면 문화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하나의 문화권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광주의 미술관과 전남의 박물관이 공동 기획전시를 개최하고, 문화예술인들이 시·군을 순회하며 공연과 교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위한 통합 문화교육 프로그램 역시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셋째, 문화정책의 중심에 지역 주민을 두어야 합니다. 문화정책은 시설이나 행사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정책이어야 합니다. 특히 청소년과 노인, 장애인, 농어촌 주민처럼 문화 접근성이 낮은 계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문화는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이며, 특수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기회가 제한되어서는 안 됩니다.

 

 전남 광주 통합특별시의 성공은 행정구역을 넓히는 데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변화를 체감하느냐입니다. 전남과 광주가 하나가 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행정의 통합을 넘어 문화의 통합입니다. 문화예술이 특정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와 농촌, 육지와 섬을 연결할 때 통합은 비로소 시민들의 삶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