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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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5일 “한가위, 달과 예술” <변길현 큐레이터>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변길현입니다. 오늘은 모두에게 뜻깊은 명절이자, 아이들에게는 더욱 신나는 날, 한가위 추석입니다. 애청자 여러분의 모든 가정에 웃음과 화목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추석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보름달이죠. 추석날 밤이 되면 다들 ‘오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하고 자연스럽게 하늘을 떠올리곤 합니다. 날만 맑다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쯤은 마음 작정하고 보름달을 찾아보게 되는 날이 바로 오늘이 아닐까 싶습니다.

 

 꼭 보름달이 아니더라도 달은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최초의 우주이자 신비로운 존재였습니다. 초승달은 연인으로, 보름달은 어머니로, 때로는 다가갈 수 없는 상상의 공간으로 여겨지곤 했죠.

 

 옛날 옛적, 까마득히 어두웠던 밤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길을 비춰주고 세상을 밝혀주는 달은, 인류에게 마치 여신과도 같은 존재였을 겁니다. 그렇다 보니 달은 아주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에게 소중한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조선시대 신윤복의 작품 <월하정인>에는, 담장 옆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차려입고 호롱불을 든 남자와, 쓰개치마로 얼굴을 가린 여인의 수줍은 만남을 눈썹달이 가만히 비추고 있습니다.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에게도 달은 특별했습니다. 그의 달은 고향의 달이자 한국의 달이었고, 나아가 그의 예술이 우주로 확장되는 중요한 매개체였죠.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달 두 개> 같은 작품은, 특유의 푸른 빛깔과 한국적인 정서를 절묘하게 반추상으로 담아낸 대표작입니다.

 

 입체 작품 중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그 이름을 이어오고 있는 ‘달항아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만든 이의 이름을 몰라도 우리는 둥글고 하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직관적으로 달항아리임을 알고, 규격화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형태 속에서 은은한 달빛을 떠올리게 됩니다. 달항아리의 포근한 백색과 정형화되지 않은 멋은 조선시대를 지나 오늘날 현대 미술가들에게까지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한국 미술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어디 미술뿐이겠습니까. 달은 음악과 문학 속에서도 끊임없이 재해석되어 왔습니다. 드뷔시의 피아노곡 <달빛>이 전해주는 아련한 선율부터, 이효석의 소설이나 수많은 시인들의 시구 속에서 달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이자 아득한 그리움의 상징이었습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예술가들이 이토록 달에 매료된 이유는, 달이 지닌 신비로움과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빛나는 영원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저 하늘의 달. 오늘 밤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시면 어떨까요? 둥글게 차오른 보름달 아래서 옛 예술가들이 느꼈던 감흥을 나누고, 보름달을 배경으로 가족들과 인생사진도 남겨보시는 풍성하고 행복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