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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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9일 “아이를 키우듯, 에너지도 키워야 합니다” <강홍규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부소장>

 얼마 전, 첫째 아들의 유치원에서 새 학기를 맞아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이 열렸습니다. 한창 업무로 분주한 시간이었지만 많은 부모들이 시간을 내어 강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작은 의자에 앉아 두 시간 넘게 이어진 선생님들의 설명에 끝까지 귀 기울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그 질문 하나로 모두가 모인 자리였습니다. 그날 저는 유아교육의 방향과 철학을 다시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유아교육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분명했습니다. 건강하고, 자주적이며, 창의적이고, 감성이 풍부하며, 더불어 사는 사람. 7세까지는 지식을 채우는 시기가 아니라 애착과 자기조절, 회복탄력성, 공감과 같은 기본 역량을 키우는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교재보다 놀이가 먼저라고 했습니다. 놀이 안에서 아이들은 토의하고 경청하며 존중과 협의를 배웁니다. 부모에게는 아이를 결핍의 시선으로 보지 말라고 했습니다. 부족한 존재가 아니라 발달해 가는 무한한 가능성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결국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부모가 대부분을 도와주지만, 언젠가는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조절하며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의존에서 자립으로 가는 여정. 어쩌면 육아의 본질은 거기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생각을 하다 보니 우리 사회의 변화가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생산과 공급, 관리를 중앙에 맡기고 소비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역에서 만들고 나누며 주민이 참여하고 결정하는 구조로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 분야가 그렇습니다. 태양광이 마을로 들어오고, 에너지저장장치가 갖춰지며, 지역에서 에너지를 생산해 이웃과 나누고 소비하는 분산형 에너지 체계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이해하고 참여하며 선택하는 주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아이에게 자기조절과 공감을 가르치듯, 우리도 에너지에 대해 이해하고 토론하며 합의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아이를 자립하도록 키우듯, 지역도 자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존에서 자립으로. 육아의 철학은 에너지 전환의 방향과 닮아 있습니다.

 

 원장님의 마지막 말씀이 제 마음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온 귀한 손님입니다. 귀하게 대접하고, 좋은 것을 주세요.”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맑은 공기 속에서 마음껏 숨 쉬고, 계절을 걱정 없이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하늘과 바람, 살맛나는 기후를 남겨주고 싶습니다. 그 선물은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듯 정성으로 돌보고 함께 배우며 꾸준히 가꾸어가야 합니다. 우리 지역의 에너지도 그렇게, 의존을 넘어 자립으로 자라나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