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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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10일 “광주의 아름다운 미술자산, '광주화루'” <변길현 광주시립 하정웅미술관장 >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변길현입니다. 우리는 흔히 광주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혹은 ‘문화도시’라 부릅니다. 하지만 도시의 브랜드는 화려한 수사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과연 현재의 광주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 명칭에 의문이 들지 않을 만큼의 문화적 생태계가 광주에 조성이 되어 있을까요? 아시아문화전당이 광주의 핵심적 자산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문화예술의 각 분야에서 생태계가 조성되고, 도시디자인, 교통 환경, 문화 복지 등 다른 도시와는 차별화된 문화적 환경이 구비되어야 진정한 문화도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광주만이 가진 고유한 문화적 자산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외부와 어떻게 교류하며, 지역의 창조적 생태계에 어떤 동력을 제공하느냐 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 전국 단위 한국화 공모전 ‘광주화루(廣州畵壘)’는 광주가 지향하는 문화도시의 비젼을 보여주는 매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모델입니다.

 

 광주는 전통적으로 남도 문인화의 본고장이자 한국화의 정체성을 지켜온 보루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 미술의 지형은 서구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었고, 한국화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위축된 것이 현실입니다.  이 시점에서 광주은행이 주최하는 ‘광주화루’는 단순히 한 기업의 메세나 활동을 넘어, 광주라는 도시가 전국 단위의 예술가를 끌어들이는 ‘문화적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게 합니다. 전국의 역량 있는 한국화 작가들이 광주를 주목하고, 광주에서 자신의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고자 모여드는 현상 자체가 광주가 가진 문화적 권위와 실질적인 인프라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한 예술 장르를 가지고 전국에서 청년 예술가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도시는 없습니다. 오직 광주만이 유일합니다. 이것이 문화도시 광주에 가져오는 실질적인 효과는 명확합니다. 

 

 첫째, ‘문화적 생산 기지’로서의 위상 강화입니다. 광주화루는 전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광주를 ‘한국화의 메카’로 각인시킵니다. 인재가 모이는 곳에 정보가 모이고, 그 정보는 다시 새로운 창작의 원동력이 됩니다. 

 

 둘째, 지역 예술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구축입니다. 전국 단위 공모전을 통해 발굴된 수준 높은 작품들이 광주에서 전시되고 논의됨으로써, 지역 작가들에게는 자극과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들에게는 수준 높은 문화 향유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합니다.

 

 셋째, 도시 마케팅 측면에서의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입니다. 수많은 도시가 문화도시를 표방하지만, 특정 장르에서 이토록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한 사례는 드뭅니다. ‘한국화’라는 특화된 분야를 9년 동안 일관되게 지원해 온 광주화루는, 광주를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K-아트’의 발신지로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콘텐츠입니다. 이는 단순히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광주라는 도시 브랜드에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실질적인 가치를 부여합니다.

 

 기업의 메세나 정신 역시 시혜적 차원을 넘어 ‘문화적 투자’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지역 금융기관의 지속적인 후원은 지역의 창조적 자본을 확충하고, 문화예술이 도시의 경제적·사회적 활력으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 절차를 통해 쌓아온 신뢰는 광주화루를 대한민국 최고의 한국화 공모전으로 만들었고, 그 권위는 고스란히 광주의 문화적 자부심으로 쌓이게 됩니다.

 

 이제 광주는 문화를 소비하는 도시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못했지만, 광주화루의 뚝심과 믿음과 비젼이 구축해 온 지난 9년의 성과는 그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우리 지역의 기업과 예술계,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가꾸어온 이 ‘그림의 요새’가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미래를 견인하는 가장 실질적인 문화 플랫폼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