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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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8일 “광복 81주년, 지명의 광복을 생각하다” <손희하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안녕하십니까. 지난 15일, 우리는 광복 81주년을 맞았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친일 청산에 대한 열띤 토론이 오가곤 합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조금 다른 의미의 광복인 ‘지명의 광복’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광복 직후, 일본식 동명은 전국적으로 대부분 사라졌으나, 학교 이름, 산 이름, 강 이름 같은 지명 속에는 여전히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를테면 일제가 명명한 ‘쓰루오카초, 鶴崗町’은 없어졌으나, 일제가 붙인 지명 ‘쓰루오카(鶴崗)’는 ‘광주 학강초등학교’ 이름에 남아 있는 것과 같이 말이지요.

 

 진정한 지명의 광복은 단순히 일본 이름을 지우는 것을 넘어, 왜곡된 본래의 의미까지 되찾는 일입니다. 안타깝게도 전래 지명의 유래와 속뜻은 무시한 채, 소리는 같고 획수만 간단한 한자로 임의로 바꾼 고친 지명이 아직도 산재합니다. ‘옻나무 밭’을 뜻하던 ‘칠전(漆田)’을 ‘일곱 칠’(七)자를 쓴 ‘칠전(七田)’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인데, 이는 땅의 역사와 유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입니다.

 

 다행히 최근 2024년에 우리 고장 광주에서는 남구 송암동과 풍암동 사이에 있는 화방산(花房山)의 한자를 원래의 뜻인 ‘꽃다울 방(芳)’자로 바로잡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일제가 통치의 편의를 위해 재편한 마을과 강산의 이름을 되찾아, 전통 지명 체제를 되살려야 합니다. 

 

 이 기회에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오늘날 가속화하는 ‘지명의 소멸’ 문제입니다. 재개발과 도로명주소 시행, 행정 편의주의적 개명 탓에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정겨운 이름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 지역어를 담은 전래 지명을 표준어로 바꾸는 경향도 두드러집니다. ‘평풍산’을 ‘병풍산’으로, ‘진등’을 ‘긴등’으로 고치는 식입니다. 지명을 표준어로 바꾸는 일은 지극히 신중해야 합니다. 지역어는 틀린 말이 아니라, 그 땅에 뿌리내리고 산 사람들의 삶과 숨결이 담긴 문화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시대, 기록은 곧 국력입니다. 지명은 우리말의 보물창고이자 ‘케이 컬처(K-Culture)’를 풍성하게 할 문화 콘텐츠의 원천이요, 핵심 자산입니다. 어르신들이 우리 곁을 떠나기 전에 지명에 담긴 설화와 역사를 디지털 아카이브로 남기는 국가적 조사가 시급합니다.

 

 광복 81주년, 이제는 우리 지명의 진정한 광복을 맞이해야 합니다. 빼앗긴 이름은 찾아주고, 잘못된 이름은 바로잡으며, 사라지는 이름은 기록으로 지켜내야 합니다.  우리 산하가 본래의 이름으로 불릴 때,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도 비로소 온전해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