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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25일 “알고리즘 밖으로 나오는 법 - 디지털 시대의 문화 주체성” <이경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지난 시간에 우리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는 현상이 어떻게 우리의 문화 소비를 좁혀가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그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알고리즘을 거부할 수도, 스마트폰을 끊을 수도 없는 시대에, 우리가 문화의 주체로 살아가려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오늘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세 가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첫 번째는 '의식적인 선택'입니다.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것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내가 전혀 관심 없던 분야의 콘텐츠를 일부러 찾아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요리 영상만 보던 분이 다큐멘터리를, 예능만 보던 분이 독립영화를 한 편 눌러보는 것만으로도 알고리즘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내가 새로운 장르를 클릭하는 순간부터 그 방향으로 추천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오늘 저녁, 평소엔 절대 클릭하지 않았을 콘텐츠 하나를 눌러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알고리즘이 나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리즘을 이끈다는 감각이 중요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사람이 큐레이션 한 콘텐츠'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지만, 사람은 맥락과 가치를 기준으로 콘텐츠를 고릅니다. 좋은 책방 주인이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 책 한 권을 골라주듯, 전문가의 안목으로 선별된 콘텐츠는 알고리즘이 보여줄 수 없는 깊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영화제의 선정작과 미술관의 전시가 오래 회자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도 그 의미와 감동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콘텐츠가 '지금 인기 있는 것'이라면, 사람이 큐레이션한 콘텐츠는 '오래 기억될 것'에 가깝습니다.
세 번째는 '오프라인 문화 경험'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입니다. 전시회에서 마주친 작품, 공연장에서 느낀 생생한 감동은 어떤 알고리즘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경험입니다. 광주에는 GICON을 비롯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비엔날레, 지역 소극장들이 있습니다. 이 공간들은 사람들이 직접 만나고 경험을 나누는 문화의 현장입니다. 이런 공간들을 자주 찾다 보면, 내가 몰랐던 취향을 발견하게 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을 만나게 됩니다. 알고리즘은 내가 이미 좋아하는 것의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지만, 오프라인 문화 경험은 그 범위 자체를 넓혀줍니다.
GICON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시민들이 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사람의 눈으로 고른 콘텐츠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알고리즘이 보여주지 않는 광주의 독립 영화, 지역 작가의 웹툰, 지역 뮤지션의 음악이 더 많은 시민에게 닿을 수 있도록, 사람의 눈으로 고른 콘텐츠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광주가 가진 풍부한 문화적 자산이 알고리즘의 그늘에 묻히지 않도록, 그 가치를 발굴하고 알리는 일이 저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감각과 판단이 더 소중해지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AI 기술은 분명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알고리즘에 맡기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문화를 즐기는 주체는 AI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어야 합니다. 광주 시민 한분 한분이 알고리즘 너머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스스로의 취향을 넓혀가는 능동적인 문화 주체가 되길 바랍니다.
기술은 문화를 연결해 주지만, 그 가치를 발견하고 확장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광주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 모여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도시가 되길, 저희 GICON도 그 여정을 함께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