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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26일 “국립예술기관 이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변길현 광주시립 하정웅미술관장 >
애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변길현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국립예술기관의 광주 이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서울에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광주 이전 법안이 발의되면서 찬반 논쟁이 한창입니다. 자연스럽게 과거 서울예술단을 광주로 이전하려다 거센 갈등에 부딪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겠다는 국가 균형 발전의 취지에는 깊이 공감합니다. 하지만 과연 서울에 있는 학교나 단체를 통째로 옮긴다고 하면 상식적으로 모두가 공감할까요?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위에서 아래로 내리누르는 강제 이전은, 결국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과 광주의 고립이라는 상처만 남길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성지라는 광주에서 해당 구성원들의 동의도 없는 비민주적 방식의 한예종 강제 이전은 전혀 온당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요? 저는 이제 '서울의 것을 나누어 갖는다'는 수도권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옷을 억지로 빼앗아 입으려 하지 말고, 서울보다 더 좋은, 광주만의 새로운 옷을 직접 지어 입자는 것입니다. 불가능한 이야기가 전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광주를 국가 차원의 문화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제정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 관한 특별법', 즉 아특법입니다. 아특법은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국가에 관련 사업과 예산을 신청할 수 있으며, 국가는 이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명문화한 특별법입니다.
저는 기존 기관을 옮겨오느라 소모적인 갈등을 빚을 바에는, 이 아특법의 강력한 재원과 법적 권한을 활용해 광주에 전혀 새로운 '미래형 국립 예술대학과 국립예술단체'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새로 만들어질 학교와 단체는 서울의 한예종을 흉내 낸 아류작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예종과는 다른 차별성을 가지는 미래형 대학이나 단체이어야 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공연, 전시, 창제작 관련 시설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한예종과는 다른 국제적이고 독창적인 정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대한민국과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모여드는 글로벌 예술의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기관 하나를 강제로 옮겨오는 '강제 이주형 정책'보다는, 한예종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혜택과 매력적인 플랫폼 구축으로, 전세계 학생들이 스스로 광주로 찾아와 배우고, 성장하는 광주만의 '선순환 예술 생태계'를 만드는 정책이 훨씬 더 지속 가능하고 가치 있는 해결책입니다.
아특법이라는 든든한 토대 위에서, 광주가 진정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되게 하는 새로운 국립아시아예술대학이 새로 설립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