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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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31일 “더이상 이상기후가 아니다” <임하리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부관장>

 올해도 어김없이 역대 최고 기온이라는 뉴스를 듣게 됩니다. 여름철 폭염은 더 길어지고, 집중호우는 더 강해졌습니다. 겨울은 짧아지고 봄과 가을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과거에는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던 기상이변이 이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흔히 '이상기후'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지금도 이 표현이 맞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은 정상적인 상태에서 벗어났다라는 뜻이 있죠. 그러나 최근의 폭염과 폭우, 가뭄과 태풍은 더 이상 예외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매년 반복되면서 그 강도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기후 관련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엘니뇨입니다. 엘니뇨는 태평양 적도 부근의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최근에는 강도가 매우 큰 엘니뇨를 '슈퍼 엘니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슈퍼 엘니뇨가 발생하면 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같은 극한 기상이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엘니뇨나 라니냐 자체가 새로운 자연현상은 아닙니다. 문제는 이러한 자연현상이 지구온난화와 만나면서 과거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구 전체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크게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엘니뇨가 발생하면 폭염과 집중호우의 강도는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자연현상 자체는 같지만 그 결과는 과거와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기상 전문가들은 올여름에도 높은 해수면 온도와 대기 불안정으로 인해 강한 폭염과 국지성 집중호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태풍의 개수가 반드시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발생한 태풍이 더 강한 비와 바람을 동반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날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폭염은 농작물 생산에 영향을 주고, 집중호우는 주택과 도로, 산업시설에 피해를 입힙니다. 기후변화는 건강과 경제, 식량 문제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를, 환경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특히 바다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줍니다. 최근 세계 곳곳의 바다에서는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의 수온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아열대성 어종이 북상하고, 해양생물의 서식 환경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해양생태계의 변화는 단순히 바다 생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업과 관광, 지역경제는 물론 우리의 식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자연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바다 생태계의 변화는 결국 인간사회의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자연사박물관에서 근무하며 느끼는 것은 기후변화가 더 이상 미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언젠가 닥칠 위기로 이야기되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폭염과 집중호우, 그리고 변화하는 생태계가 그 증거입니다.

 

 이제는 '이상기후'라는 표현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되었습니다.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과 태풍은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닌 이미 우리 사회의 새로운 전제가 되었으며, 이제는 그 변화에 맞는 준비와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후변화의 대응은 미래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문제이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의 문제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