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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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2일 “AI 시대, 로컬의 상상력” <최유준 전남대학교 호남학과 교수>

 안녕하십니까. 전남대학교 최유준입니다. 요즘 어디를 가든 AI 이야기입니다. AI가 사람을 대신해 수많은 일을 빠르게 해치우면서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말도 자주 들립니다. 그런데 이 AI가 로컬 문화의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듯합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짧게 짚어보겠습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합니다. 그런데 그 데이터에는 근본적인 편향이 존재합니다. 영어권 정보가 압도적이고, 한국어 안에서도 서울 중심의 표준화된 언어와 감각이 주류를 이룹니다. 광주의 골목에서 오가는 대화의 결, 전남 시골 장터의 분위기, 남도 음식에 담긴 정서 같은 것들은 데이터로 충분히 포착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기술이 발전할수록 로컬의 고유한 감각이 오히려 더 희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깁니다.

 

 이 때문에 AI 시대에는 ‘글로컬 상상력’이 더욱 절실합니다. ‘글로컬’은 글로벌과 로컬의 합성어입니다. ‘글로컬 상상력’이란 인류 보편의 글로벌한 기술을 받아들이면서도 지역 고유의 로컬적 감수성과 맥락을 잃지 않는 태도를 말합니다. 기술을 거부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술에 압도되지 않고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로컬의 시선입니다.

 

 요즘은 누구나 AI를 활용해 글과 보고서, 이미지, 심지어 음악까지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매끄러운 결과물만으로는 더 이상 큰 감흥을 얻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찾게 될까요. 결국 사람을 직접 만나야 합니다. 어쩌면 AI 시대는 우리를 다시 로컬의 현장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자리로 이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미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역 문화센터와 공공 도서관이 AI 시대의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공간들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근 발전하고 있는 Geo-AI, 즉 공간정보 기반 인공지능은 사람들의 이동과 활동을 분석해 축제나 지역 이벤트 기획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기술은 고립을 심화시키는 장치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가 되어야 하고, 그것은 이곳에 살아가는 우리의 몫입니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발 딛고 선 이 땅의 감각, 눈을 마주치며 건네는 인사, 함께 웃고 함께 걱정하는 공동체의 온기입니다. 로컬은 기술에 뒤처진 공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AI 시대에도 인간다움이 끝내 사라지지 않는 자리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우리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만남은 언제나, 로컬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