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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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5일 “스무 살의 김대중컨벤션센터 - 이름이 주는 힘” <김진강 광주관광공사 사장>

 광주에서 전시, 회의 등 마이스(MICE) 시대를 이끌어온 김대중컨벤션센터의 지난 20년 역사를 기념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2005년 9월 6일 개관을 했으니까, 이제 다음 달이면 개관 2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김대중컨벤션센터는 마이스란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호남권 유일의 시설로 다양한 사람과 정보가 한 자리에 모여 교류되는 공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처음 컨벤션센터의 명칭은 영어로는 젝스코(GEXCO), 한글로는 광주전시컨벤션센터였습니다. 지금 들어보면 명칭이 참으로 낯설게 느껴지시죠? 그 무렵 컨벤션센터 시설들은 엑스코, 벡스코 등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서, 젝스코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광주는 젝스코 대신 김대중컨벤션센터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걸까요? 

 

 사실 김대중컨벤션센터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름을 가진 시설입니다. 전직 대통령의 이름이 단순 기념관이나 문화공간이 아니라, 산업적·경제적 기능을 수행하는 전시컨벤션 시설에 붙었기 때문입니다. 해외에도 케네디 센터, 만델라 광장 같은 사례가 있지만 주로 문화 관광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나, 김대중컨벤션센터는 민주화 지도자의 이름을 산업전시 및 컨벤션이라는 경제적 기능과 결합함으로써 정치적 명칭과 산업적 목적이 직접 연결된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김대중컨벤션센터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2005년 명칭 변경 당시 자료들을 찾아보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제적 위상을 활용해 광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민주·인권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과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으며, 실질적 효과도 불투명하다는 우려의 소리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명칭을 변경한 것은 민주화의 역사와 도시경제의 미래를 잇는 교차점이자, 정치적 상징 자산을 경제적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하겠다는 광주가 세계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명칭 변경의 과정은 2005년 박광태 전 시장이 “적극 찬성”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결정을 확정지었고, 여론조사에서도 70퍼센트 이상이 찬성해 시민적 합의 역시 확보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해 9월 6일 김대중컨벤션센터 이름으로 개관을 할 때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셔서 “내 이름까지 붙이도록 허용해 준 광주시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는 격려사와 함께 기념식수와 제막식 그리고 방명록에는 ‘사람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라’는 뜻으로 우리나라 동학사상이기도 한 ‘사인여천’이라는 글자와 함께, 동판 제작을 위해 손 모양을 찍기도 하셨습니다. 

 

 전시장 이름부터가 김대중컨벤션센터인만큼 고 김대중 대통령의 일생과 업적을 기리는 공간인 김대중홀이 센터 내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흉상과 핸드프린트, 생전에 사용하던 물건, 재임 중 외국 공관에서 받은 선물 등을 일부 전시해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감 생활 때 입고 있던 수의도 전시되어 있고, 옥중서신의 깨알같은 글씨의 내용을 보노라면 여러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희망의 이름이자 소망의 이름, 기회의 이름으로 표현으로 추모의 글을 읽으면서 그리움과 함께 올해 20년이 된 김대중컨벤션센터의 역사를 기억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