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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6일 “기념품 없는 도시, 광주” <문상필 광주공동체 이사장>
여러분, 혹시 이런 말 들어보셨습니까? “광주에선… 뭐 하나 사갈 게 없더라.” 듣자마자 피식 웃음이 나오죠? 근데 사실, 웃고 넘길 일이 아닙니다. 이 말 속에는 광주 관광의 뼈아픈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바로 기념품 부재 문제입니다. 다른 도시를 한번 떠올려 보겠습니다. 제주도에 가면 감귤 캐릭터 인형, 초콜릿을 꼭 사 오죠. 전주에선 한지 부채, 통영은 자개 액세서리가 유명합니다. 여행이 끝나면 냉장고 자석 하나쯤, 작은 열쇠고리 하나쯤은 집에 들고 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광주는? … 없습니다. 무등산을 땀 흘리며 올라도, 5·18 국립묘역에서 숙연히 묵념을 하고 나와도, 양림동의 감성 골목을 걸어도… 집에 돌아갈 때 “광주에서만 살 수 있는 무언가”를 들고 오기가 어렵습니다. 이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왜냐고요? 광주는 기념품 재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보세요. 무등산의 서석대, 입석대—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조형미 아닙니까? 5·18 민주화 정신—그 가치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상징입니다. 분청사기, 무등산 수박, 남광주 햇살 고추—먹거리와 전통도 풍부합니다. 거기에 고싸움놀이, 임방울 판소리—예술과 감성까지 다 갖췄습니다. 그런데 정작 상품화는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무등산 수박 모양 열쇠고리”, “5·18 평화 배지”, “분청사기 미니컵 세트” 같은 것, 만들기만 하면 저라도 열 세트, 스무 세트 사서 친척들한테 다 돌리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뭘까요?
첫째, 광주 기념품 공모전을 매년 열어야 합니다. 예술가, 청년 창작자들이 광주만의 상징을 상품으로 풀어내도록 장을 열어야죠.
청년들의 톡톡 튀는 상상력이 광주의 브랜드가 되는 겁니다.
둘째, 통합 브랜드 구축이 필요합니다. “기억의 도시, 광주를 담다.” 이런 이름으로 통일된 로고와 패키지를 만들어 공항, KTX역, 호텔, 지하철역 어디서나 눈에 띄게 해야 합니다.
셋째, 체험형 콘텐츠 결합이 중요합니다. 분청사기 미니컵을 직접 굽고, 무등산 꽃을 활용한 압화 엽서를 만들고, 5·18 배지를 직접 디자인해 보는 프로그램. 관광객은 단순히 물건을 사 가는 게 아니라, ‘경험’을 추억으로 가져가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과 연결해야 합니다. 지자체 행사 기념품, 외빈 선물, 학술대회·국제포럼 기념품을 지역 청년 창작가의 제품으로 채우는 거죠. 문화산업진흥원과 디자인센터가 든든히 지원한다면,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살리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기념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닙니다. 그 도시에 첫발을 디딜 때의 설렘이자, 떠날 때 손에 쥐고 가는 마지막 기억입니다. “기념품이 없는 도시”는 결국 “기억되지 않는 도시”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광주가 머무는 도시가 되려면, 먼저 기념되는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다음에 누군가 “어, 이거 광주에서 사 온 거야” 하고 자랑스럽게 꺼내 보여줄 날, 여러분은 언제쯤 올 거라 생각하십니까? 저는 오늘도, 그날을 기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