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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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3일 “제주항공 참사 8개월, 진상 규명을 위한 우리의 과제” <김성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콜사인 JEJU AIR 2216.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2분 57초. 제주항공 비행기가 무안공항에 동체 착륙 중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했습니다. 승객과 승무원 181명 중, 17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날, 우리 모두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안부를 물었습니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어머니가, 자식이, 형제 자매가, 그리고 친구가 희생되었다는 소식에 함께 아파했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언론은 사고 수습 소식과 한 분 한 분 장례가 진행된다는 기사를 전했습니다. 우리 기억 속에서 제주항공 참사는 그렇게 점차 희미해져 갔습니다. 그런데 유족들은 여전히 무안공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유족들에게 사고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유족들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가족을 떠나보내는 첫걸음이라고 말합니다. 유족들의 요구는 간절합니다. 사고의 진상을 알 수 있도록 블랙박스 원본 데이터를 공개해 달라고 합니다. 사고기의 항적 기록을 투명하게 보여달라고 합니다. 관제탑과의 교신 기록을 숨김없이 공개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현재 항공 철도 사고 조사 위원회는 국토교통부 산하에 있습니다. 유족들은 이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국토부는 이번 참사의 주무부처인 동시에 참사의 원인 제공자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조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유족들은 특별법 개정도 간곡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특별법은 피해자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진상규명과 책임규명에 대한 내용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회 특별 위원회에, 강력한 조사권한을 부여하고, 진상규명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8개월이 지난 지금, 이 문제는 더 이상 유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사고 직후 불안한 마음으로 지인의 안부를 물었던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이런 사고가 언제든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상규명 없이는 예방할 수 없습니다. 진상규명 없이는 우리는 또 다시 불안한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면 또다시 떨리는 마음으로 지인들의 안부를 걱정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8개월째 아픔을 견디고 있는 희생자 가족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목소리를 함께 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콜사인 JEJU AIR 2216. 179명의 희생자들이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진실을 밝히고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