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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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0일 “노조법 2·3조 개정,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김성진 민주노총 광주법률원 변호사>

 지난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와 제3조가 개정되었습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법입니다. 왜 노란봉투법일까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이 있었습니다. 회사는 노동조합에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했죠. 이를 본 시민들이 움직였습니다. 노란봉투에 성금을 담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당신들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이후 노란봉투는 막대한 손해배상에 맞서는 연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법을 노란봉투법이라 부르게 된 겁니다.

 

 그럼 개정 전에는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노조법 개정 전에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았습니다. 하청 노동자들은 실제로 자신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원청 회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하청 회사 소속이었습니다. 그래서 원청 회사와 교섭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습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더 막막했습니다. 노동자인지 아닌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 수조차 없었습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이죠.

 

 가장 심각했던 것은 손해배상 문제였습니다. 파업을 하면 회사가 수십억, 수백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노동조합뿐 아니라 노동자 개인에게까지 청구를 하였죠. 평생 갚기 어려운 빚을 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었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게 만든 것입니다.

 

 이번 노조법 제3조 개정으로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이러한 부당한 손해배상 청구가 대폭 제한됩니다.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배상 책임이 면제됩니다. 개별 조합원의 책임도 대폭 제한됩니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이 막대한 빚을 지게 되는 일을 없도록 한 것입니다.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도 합리적인 기준이 적용됩니다. 이는 단순히 노동조합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또 다른 변화도 있습니다. 하청 노동자들도 원청 회사를 상대로 교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회사가 원청이라면, 원청과 교섭할 권리가 생긴 겁니다. 특수고용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배달 라이더,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 기사 등 그동안 애매한 지위에 있었던 분들입니다. 이제 이분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쟁의의 범위도 개선되었습니다. 현실에 맞춰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과 단체협약 불이행까지 포함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나는 노조와 관계없는데, 왜 이게 중요하지?" 하지만 이 법은 모두와 관련이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권리 보장은 조합원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의 노동조건이 향상되면, 그 산업 전체의 노동조건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 곳에서 시작된 변화가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것이죠. 그리고 이 법은 경제에도 긍정적입니다. 노동자들의 소득이 늘면 소비가 증가하고 내수 경제가 활성화됩니다. 노사관계가 안정되면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됩니다.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로 인한 법적 분쟁이 줄어들면 기업도 소송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결국 건강한 노사관계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경제 전체의 선순환을 만드는 토대가 됩니다. 

 

 물론 이번 개정이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개선할 부분이 많습니다. 법의 구체적인 해석과 적용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후속 조치가 필요합니다. 세부 지침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런 부분들은 앞으로 계속 논의하고 보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은 중요한 진전입니다. 2014년 시민들이 보낸 노란봉투의 마음이 이번 노조법 개정으로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이번이 더 나은 노동 환경을 만드는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노동과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한 한 걸음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