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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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19일 “파란 하늘, 마음껏 숨쉬는 공기의 가치” <김성민 전남대학교 소아정형외과 교수>

 저는 1월 1일부터 6일까지 방글라데시에서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수술과 진료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잠시 시간을 내어 현지 시장과 마트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사람도, 소음도 아닌 공기였습니다. 공기는 늘 뿌옇게 가라앉아 있었고, 잠깐 밖에 서 있기만 해도 목이 칼칼해졌습니다. 마스크 없이는 일상을 보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매일 이런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고 있겠구나.’ 그 생각이 쉽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의사로서 늘 환자의 숨을 살피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날만큼은 제가 숨 쉬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사는 것들이 있습니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 창문을 열고 마음껏 숨 쉬는 일, 아이들이 뛰놀며 숨이 차도록 웃는 일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사실 당연한 것이 아니라 아주 소중한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환경오염은 종종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뉴스 속 그래프와 숫자, 미세먼지 경보 문자 정도로만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의 거리에서 마주한 공기는 환경 문제가 결코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오늘의 삶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미 많은 선진국들은 이 문제를 인식하고 환경 보호를 ‘미래의 선택’이 아니라 ‘현재의 필수 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환경 보호를 위해 지출된 비용은 약 3600억 유로, 우리 돈으로 500조 원이 넘는 규모에 달합니다. 이 비용에는 공기 질 개선, 수질 보호, 폐기물 관리,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기업들은 배출을 줄이기 위한 설비와 기술에만 약 100조 원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이처럼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구호가 아니라 실제 돈과 산업, 기술이 투입되는 영역입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투자가 단순한 비용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연구에서는 대기질 개선에 1을 투자할 경우 건강 증진과 의료비 절감, 노동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수십 배의 사회적·경제적 이익이 돌아온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환경 투자는 미래 세대를 위한 희생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의 질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투자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개인인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거창한 답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대중교통을 조금 더 이용하고, 불필요한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며, 전기와 물을 아끼는 작은 습관을 만드는 것...! 이런 사소해 보이는 행동들이 모이면 도시의 공기 질을 바꾸고 아이들이 숨 쉬는 환경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또 학교와 병원, 지역 사회에서 환경 교육과 캠페인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 환경 정책과 방향에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중요한 실천입니다. 환경은 누군가 대신 해결해 주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할 삶의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겨울 하늘을 올려다보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차갑지만 맑은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너무 쉽게 누리고 있 는 것은 아닐까. 파란 하늘,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공기. 이 소중함을 잊지 않는 것, 그리고 오늘부터 작은 실천을 시작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환경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