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광주MBC 라디오칼럼

11시 00분

칼럼 전문 보기

2026년 2월 18일 “‘4도 3촌’의 행복에서 ‘RE100’의 미래로” <강홍규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부소장>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 우리 가족의 주말은 늘 광주와 전남을 오가는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하루는 광주 시내에서 국립광주과학관과 아시아문화전당을 누비며 도시의 인프라를 즐기고, 또 다른 하루는 어김없이 전남의 품으로 향했습니다.

 

 담양 관방제림의 숲길, 장성 필암서원 고택의 정취, 함평 나비축제장에서 폴짝거리던 아이들의 발걸음, 화순 쌍봉사의 평화로움, 나주 영산포의 홍어 별미까지. 이 모든 찰나의 순간들은 우리 가족이 간직한 소중한 보물입니다.

 

 도시의 활력과 자연의 평온함을 오가는 이 주말 루틴은 우리 가족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행복의 근원이었습니다. 광주는 아이들에게 배움과 체험을 주었고, 전남은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드넓은 품을 내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전남에서 돌아오는 어둑한 길, 노을 지는 차창 밖을 보며 늘 아쉬웠습니다. '이곳에 우리 집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간절함은 곧 깨달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가 매주 반복하던 이 생활이 바로 도시에서 4일, 농촌에서 3일을 머무는 ‘4도 3촌’의 원형이었습니다. 광주의 문화·교육 인프라와 전남의 자연·공간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이 모델이야말로, 광주와 전남의 현실에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상생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관계를 조금만 확장하면 완전히 새로운 미래가 그려집니다. 전남의 군 단위 지역에서 예쁘고 쾌적한 공유 주택을 제공하고, 그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가 지원된다면 어떨까요?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머물고 싶은 삶의 공간'이 열리는 것입니다.

 

 반대로 광주는 도심의 빈 공간을 전남의 젊은 창업가들에게 공유 플랫폼으로 내어줍니다. 사람이 오가며 신뢰가 쌓이고, 이 신뢰는 두 지역을 지탱하는 강력한 ‘휴먼 그리드(Human Grid)’가 됩니다. 단순한 이동을 넘어 서로의 삶과 경제를 공유하는 단단한 연결망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처럼 4도 3촌을 통한 인적 교류와 경제적 이익 공유의 경험은, 전남의 재생에너지를 광주 산업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그 수익을 다시 지역사회로 환류하는 '에너지 공동체' 실현의 현실적인 토대가 됩니다. 현재 광주는 재생에너지 수급 면에서 고립되어 있지만, 전남과 손을 잡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전남의 풍부한 햇살과 바람이 광주의 AI·제조 산업을 돌리는 강력한 RE100의 기반이 되는 것입니다.

 

 이 협력의 끝에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있습니다. AI 시대의 핵심인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모가 행복한 '4도 3촌'의 풍요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이 땅의 주역으로 당당히 정착하는 미래. 성장한 아이들이 지역의 뿌리가 되어 다시 도시와 농촌을 지탱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선순환의 완성입니다.

 

 도시와 자연, 일과 휴식, 산업과 미래가 하나로 흐르는 곳. 광주와 전남은 이제 서로를 살리는 하나의 집이자, 우리 아이들이 대를 이어 꿈을 펼칠 영원한 터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