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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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31일 “꽃은 핍니다” <김갑주 두메푸드시스템 대표>

 봄이 왔습니다.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어김없이 꽃잎을 틔우고 있습니다. 지인들과 병풍산을 찾았습니다. 가지런한 산길을 따라 경사진 고개를 인생길처럼 걸었습니다. 깨끗하면서도 따뜻한 봄 햇빛과 쑥이랑 개나리, 영취꽃 그리고 온갖 풀잎들이 어린아이 모습으로 아장아장 반기고 무어라 떠들며 반기는 새들도, 졸졸졸 흐르는 산개울도 그리고 쑥을 캐는 여인의 모습까지 봄은 그렇게 피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장평재를 다다를 즈음 조그만 산개울이 흐르는데 어느 사랑 깊은 등산객이 개울 곁에 돌거북을 개울을 바라보게 쌓으며 산신령께 모두의 행복을 빌고 있었습니다. 그분의 아름다운 모습이 봄꽃들과 어울리는 또 한송이 꽃이었습니다.

 

 진한 감동의 산길을 걸으며 나는 무엇으로 필까 선문답이 들었습니다. 장평재 정상에서 좋아하는 가곡 봄처녀와 모란동백을 부르며 세상이 어떤 꽃으로 피어야 하는지를 봄꽃들에게 물었습니다. 나의 꽃과 세상의 꽃을 생각하며 경사 깊은 산길을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여운이 안개처럼 쌓여있을 때 세상의 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꽃은 제2회 어르신들의 짧은 시 수상작들이었습니다. 봄처녀라는 봄꽃들도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환경을 꽃피운 것이듯 사람들도 어떤 처지의 환경에서라도 언제든지 스스로의 꽃을 피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르신들의 짧은 시를 보면서 우리 모두도 추운 겨울을 이기고 피어나는 꽃처럼 피어날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들의 짧은 시를 나누면서 이봄에 우리가 어떤 꽃들로 피어야하는지 물어 봅시다.  

 

- 제2회 어르신 짧은 시 공모전 수상 작품 -

 

제목 ■ 저녁노을

저렇게 지는 거였구나

한세상 뜨겁게 불태우다

금빛으로 저무는 거였구나

 

제목, ■ 첫사랑

나란히 걸었지만

손 한번 못 잡았고

까맣게 가슴 타던

첫사랑이

나도 있었다

 

제목, ■ 무슨 소용 있나

고기는 있는데 치아가 없다.

시간은 있는데 약속이 없다.

자식은 있는데 내 곁에 없다.

추억은 있는데 기억이 없다

 

제목, ■ 거짓말

문안 전화 받으면서

나는 잘 있다

느거나 잘 있거라

수화기 내려놓으면서 아이고 죽것다

 

제목, ■ 바지사장

나는야, 바지사장

가장이라며 폼은 잡아도

TV 리모컨은 언제나 아내 손에

 

제목, ■ 찔레꽃 어머니

오월이면 하얗게 핀 찔레꽃

어머니가 거기 서 있는 것 같다

엄마하고 불러보지만, 대답 대신 하얗게 웃는다

언제나 머리에 쓰던 하얀 수건 

엄마는 왜 맨날 수건을 쓰고 있었을까 묻고 싶었지만

찔레꽃 향기만 쏟아진다

 

제목, ■ 후회

저녁 먹고 가렴 자고 가지 그러니

십수 년 전 내가 그랬듯

오늘 아들 내외는 저녁밥도 자고 가지도 않았다

산으로 가신 어머니께 너무 죄송스럽다

 

제목, ■ 영감생각

젊어서 그렇게 애를 먹이던 영감 때문에

철교에서 몇 번이나 뛰어내릴라캐도

자식들 눈에 밟혀 못했다

그래도 어제 요양 병원에 가서 영감한테 뽀뽀했더니

영감이 울었다

 

제목 ■ 불공평

내 집은 제멋대로 드나들면서

즈덜 집은 꼭 연락하고 오라네

자식 농사 밑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