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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1일 “호남가가 그린 세상” <손희하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호남가」가 그린 세상
♫~
함평 천지 늙은 몸이 광주 고향을 보랴 허고
제주 어선 빌려 타고 해남으로 건너갈 제
흥양의 돋은 해는 보성에 비쳐 있고
고산의 아침 안개 영암에 둘러 있다.
태인 허신 우리 성군 예약을 장흥허니
삼태육경은 순천심이요 방백수령은 진안군이라
고창성에 높이 앉어 나주 풍경을 바래 보니
만장 운봉이 높이 솟아 층층한 익산이요
백리담양 흐르는 물은 구부구부 만경인데~♫
통합특별시가 출범한 지 2달이 지났습니다. 전남과 광주가 분리한 지 40년 만의 재결합인지라, 새로운 체제가 제대로 자리잡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길목에서 극복해야 할 것도 많겠지요.
오늘은 민중의 희망과 화합을 노래한 ‘호남가’를 음미해 보고자 합니다. ‘호남가’가 그린 세상에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남가’는 근 100년 전 국창 임방울이 불러 널리 알려진 단가이지요. 판소리 본창을 하기 전에 목풀기 노래로 흔히 쓸 정도로 창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단가입니다. 창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노랫가락이 흘러나오면 함께 흥얼거릴 정도로 호남 민중과도 오랫동안 함께 해 온 노래이지요. 호남의 지명을 풀어 노래한 이 속에는 꽃피는 봄날 같은 세상, 평등과 평화, 화목과 대동, 또 풍요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답니다.
호남가를 새로 풀어 봅니다.
밝은 양기
봄기운 새로운데,
상서로운 해 비추이네
백만 이랑
백리 나린 물길,
터 넓고 물 풍부해
생명 살아가기 풍족한 곳
온갖 화초 무성히 피고 자라며,
나무나무 가지가지 열매 맺어 주렁이고,
지초까지 무성하고 풍족한 이상 낙원,
비단으로 수를 놓은
아름다운 곳
용의 기운 서려
방백수령, 단체장은 마을을 진정시켜 백성을 편안케 하고
공정하게 세수 거두어
납세인심 순박하고 창성하니,
백성은 떠받들어 모두 기뻐 따르며
화기애애 협력하며 사는 곳
풍속이 온화하고 양순하여
온 백성 아무 탈 없이 모두가 즐겁고 평안하며
묻혀 있던 초야 선비도
예의에 어긋남 없이 덕 일으키기 힘쓰고
국가를 평안하게 함께 떠받들어
번창하고 태평한 좋은 세상,
함께 복 짓는 곳
법도를 성스럽고 굳게 지켜
온 고을 백성을 거느리고,
튼실한 성 멀리 쌓고
방위용 병장기도 보란 듯이 갖추어
안보, 치안을 든든히 한 곳
어느 나그네인들 놀다 가기를 즐거워하지 않으랴?
어찌 이곳에 머물려 하지 않으랴?
이처럼 호남가는 꽃피는 봄날 같은 세상, 대동 평등 세상을 꿈꾸는 ‘호남의 봄’을 담고 있습니다.
19세기말, 탐관오리의 가렴주구와 외세의 침탈에 시달리던 민초들이 공정하고 평온한 대동 세상을 갈망하고, ‘다 함께 평등하고 평화로운’ 함평한 천지, 곧 모두 다 함께 행복한 좋은 세상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셨지요? 이것이 호남가 속의 호남입니다. 전남광주는 바로 이러한 호남 속의 전남광주이지요. 이제 호남가 속 전남광주를 꿈꾸며, 이곳을 살기 좋은 곳, 떠나기 싫은 곳, 계속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